[현장르포] 호화생활 체납자 현관 노크… 인천시 오메가 플러스팀 '보물찾기 시작'

입력 2024-07-31 20:04 수정 2024-07-31 20:17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01 8면

현금다발·명품·귀금속 등 압류

출근 전·퇴근 후 시간 주로 단속
4월 기준 밀린 세금 1600억 달해
"끝까지 추적… 출국금지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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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청 '오메가 플러스(+)' 팀이 31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한 고액체납자의 가택을 수색해 압류한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2024.7.31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지방세징수법에 의거해 재산 압류를 위한 가택수색을 진행하겠습니다."

체납자 집에 있는 장롱과 금고 등을 열자 5만원짜리 현금 다발과 귀금속이 발견됐다.



고액체납자를 추적해 단속하는 인천시청 '오메가 플러스(+)' 팀은 발견된 재산을 압류 조치했다.

단속팀 10명은 31일 오전 7시30분께 지방소득세 등 3천400만원을 체납한 60대 남성의 거주지인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를 찾았다. 아내 명의의 대형 아파트(면적 141.2㎡ 규모)에 사는 이 체납자는 무직인 상태로 파악됐다.

단속팀은 체납자가 출근하기 전 이른 오전이나 퇴근 후인 오후 늦게 주로 활동한다.

이른 아침 아파트 초인종을 누르자 체납자의 아내가 나왔고, 집 안에는 체납자도 있었다. 단속팀이 지방세징수법 등에 의거해 가택수색을 통지하자, 체납자는 체념한 듯 "지금 사정이 좋지 않다. 드릴 말씀이 없다"며 "수색을 진행하시라"고 물러섰다.

 

인천시청 오메가플러스 팀 고액체납자 가택수색
인천시청 '오메가 플러스(+)' 팀이 31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한 고액체납자의 가택을 수색해 압류할 물품을 찾고있다. 2024.7.31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단속팀은 곧바로 집 안 곳곳을 수색했다. 장롱과 금고는 물론 손이 잘 닿지 않는 가구 틈새 등까지 살폈다. 40여 분간 진행한 수색으로 현금 다발과 귀금속 등을 찾아냈다. 가택수색을 통해 발견된 현금은 즉시 체납액에 충당된다. 귀금속과 명품 가방 등 물품의 경우 1개월 이내 밀린 세금을 미납하면 공매 절차가 진행된다.

단속팀 최규찬(56) 주무관은 "오늘 압류한 재산은 매우 적은 편"이라며 "1억6천만원 체납자의 집을 수색해 8천여만원 상당의 재산을 현장에서 압류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단속팀은 지난 30일 오전에도 송도국제도시 한 고액체납자 집을 찾았다. 지방소득세 4천200만원을 체납한 40대 남성은 매매가 9억원 상당의 아내 명의 집에서 지내며 고급 승용차 2대(아내 명의)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 초인종을 누른 뒤 "지방세 체납 건으로 왔다. (체납자) 안에 계시느냐"고 단속팀이 묻자 현관문 너머로 체납자의 아내가 "지금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단속팀은 "남편에게 연락해달라. 지금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가택수색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인천시청 오메가플러스 팀 고액체납자 가택수색1
인천시청 '오메가 플러스(+)' 팀이 31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한 고액체납자의 가택을 수색해 압류한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2024.7.31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가택수색이란 말을 듣자마자 집 안에 있던 체납자의 아내가 문을 열고 나와 항의했다. 그는 "1시간 안에 (남편이) 온다고 한다. 안에 애들이 있는데 수색은 무슨 수색이냐"고 언성을 높였고, 단속팀은 "진입을 거부하면 경찰 입회하에 수색을 진행하겠다"고 맞섰다.

실랑이를 벌이며 20여 분간 집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던 단속팀은 잠시 체납자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 뒤 가택수색을 보류하기로 했다.

단속팀 유병임 팀장은 "체납자가 1시간 안에 체납액 일부를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자녀가 어리고, 납부 의사도 있어 체납액에 대한 분납확약서를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단속팀은 체납자 집 앞에서 1시간가량 대기했고, 체납액 중 1천만원이 납부된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철수했다.

인천시청 '오메가 추적징수반'과 각 군·구청 담당 공무원들로 구성된 오메가 플러스팀은 8개조 26명 규모다. 인천시청 오메가 추적징수반은 비정기적으로 고액체납자에 대한 관외 단속을 벌여왔는데, 군·구청에서는 이런 활동이 어려워 합동 단속팀이 꾸려진 것이다.

올해 4월 기준 인천시와 각 군·구에 체납된 세금은 약 1천600억원에 달한다. 이 단속팀은 지방소득세 등을 고의적으로 장기간 체납했거나 체납액이 고액인 이들을 찾아가 차량 압류, 가택수색 등을 진행하고 있다.

단속팀 운영을 총괄하는 양경모 인천시 납세협력담당관은 "고의적으로 500만원 이상을 체납한 사람은 1천800여 명으로 추산된다"며 "고액체납자를 끝까지 추적해 세금을 징수하고, 명단 공개와 출국금지 등 추가 조치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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