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펜싱과 양궁이 올림픽 무대에서 효자종목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한국 선수단에 금빛 낭보를 전해준 것은 바로 펜싱과 양궁이었다.
이날까지 우리나라가 역대 하계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총 300개다. 이 가운데 펜싱은 총 18개의 메달(금 7, 은 3, 동 8개))을 따냈다.
양궁은 총 메달수가 45개(금 29, 은 9, 동 7개)로 유도(48개)에 이어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펜싱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오상욱(대전광역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금메달을 합작했다. 오상욱은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2관왕을 달성했다.
한국 펜싱이 단일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낸 건 2012년 런던(금2·은1·동3) 이후 12년 만이다. 게다가 남자 사브르는 3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올림픽을 비롯해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무대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며 유럽을 비롯한 서구의 종목이나 다름없던 펜싱에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건 협회의 꾸준한 지원이 있었다.
대한펜싱협회는 2003년부터 SK텔레콤이 회장사를 맡아왔다. 누적 지원 금액만 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한해 1~2개의 국제그랑프리대회를 직접 개최해 선수들이 안방에서 세계 수준의 실전 경험을 쌓도록 지원해 왔다.
현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형이기도 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펜싱협회장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2018년 3월부터 6년 넘게 펜싱협회를 이끌어왔다.
펜싱협회는 도쿄 올림픽 이후 대회 점검과 함께 곧장 3년 뒤 파리 올림픽 준비를 시작했다. 예산도 2022년 19억원에서 지난해 23억여원, 올해 25억원으로 점차 늘려 펜싱 ‘본고장’ 격인 프랑스에서 열리는 올림픽 준비에 더욱 힘을 주었다.
더불어 국내 실업팀과 대학 선수를 초청해 함께 훈련하거나, 종목별 보조 코치를 붙여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도모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특히 도쿄 대회에 이어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리허설’을 위한 모의 올림픽 경기장을 직접 마련한 것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게 선수들의 설명이다. 5천여만원이 투입, 진천 선수촌 농구장에 올림픽 경기장 규격에 맞춰 결승용 메인 피스트와 일반 경기용 피스트 4개가 모두 설치돼 6월부터 선수들은 ‘가상 올림픽’을 치렀다.
한국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에서 남녀 동반 3연패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대한양궁협회의 물 샐 틈 없는 ‘완벽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양궁협회는 선수들보다 일찍 올림픽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선수들이 최적의 몸 상태에서 메달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경기 일정과 장소 등 모든 부분을 체크했다. 양궁협회는 이번 대회 경기 일정이 2020 도쿄 올림픽 때와 달라진 점에 주목했다. 도쿄 대회는 랭킹 라운드 바로 다음 날부터 3일 연속으로 혼성 단체전과 여자, 남자 단체전이 치러졌다.
그러나 이번엔 랭킹 라운드를 치르고서 3일 뒤인 28일에야 여자 단체전이 첫 토너먼트 경기로 진행되고 29일 남자 단체전이 이어 열렸다. 양궁은 랭킹 라운드에서 각 세부종목 대진이 정해진다. 상대가 확정되면 선수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높아진다.
긴장도가 올라간 상태에서 랭킹 라운드와 여자 단체전 사이 이틀을 얼마나 잘 보내느냐가 선수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양궁협회는 판단했다.
이에 양궁협회는 회장사인 현대자동차의 도움을 받아 선수들이 레쟁발리드 공식 훈련장보다 편한 마음으로 기량을 점검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용 훈련장을 마련했다. 프랑스 근교 일드프랑스에 위치한 140년 전통의 종합 스포츠클럽 ‘스타드 프랑쉐’를 대회 기간 통째로 빌렸다.
또 선수들이 경기 사이에 푹 쉴 수 있도록 레쟁발리드에서 2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해 대통령 프랑스 순방길에 동행하면서 시간을 쪼개 선수 지원 시설들을 둘러보며 동선 등에 문제점은 없는지 직접 체크했다고 양궁협회 관계자들은 전했다.
‘특별 훈련’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진행됐다. 진천선수촌에 레쟁발리드 경기장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세트’를 설치했다. 간판, 대형 전광판 등 구조물을 대회 상징색까지 반영해 세트 경기장에 구현해냈다.
경기장 출입구에서 사대, 미디어와 만나는 인터뷰 공간까지 가는 동선도 실제와 동일하게 만들었다. 장내 아나운서 코멘트, 관중의 환호성, 소음 역시 프랑스어와 영어로 틀어 현장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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