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갈등은 시간만 지체
담당할 교원의 인식 전환이 중요
거시적 관점에서 원만하게 이뤄져
우리나라 영유아교육 새 전기 되길
법 제도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행 영유아보육법과 유아교육법이 하나로 합쳐져야 하는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10년 전만 해도 이는 큰 진통이 따를 것으로 대다수가 내다봤지만, 불과 몇 년 새 그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게 사실이다.
막연히 우려만 하던 저출생 현상은 이제 보육현장에서 현실이 되고 있고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당장 문을 닫아야할지 말아야 할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물론 유치원도 별반 다른 상황은 아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이권을 두고 다툼을 벌일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생존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돌이켜 보면, 어린이집이 지금처럼 급증하게 된 것도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이었다. 2000년대 초 정부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일터로 향하는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볼 기관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어린이집을 육성했다. 그러나 많은 예측기관이 당황할 정도로 영유아 수가 급감하자 이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새로운 길이란 이 기회에 영유아 양육의 개혁을 일으키는 것이다. 저출생 시대 양육은 오롯이 부모의 몫만이 아니라고 본다. 지속성장의 차원에서 국가와 사회도 지금보다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종전까지 영유아 보육과 교육은 부모의 역량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더 많은 시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에 의존하는 반면 형편이 나은 가정에서는 교육을 더 받을 수 있는 유치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현상은 영유아에게 기회균등의 교육·돌봄 제공을 추구하는 세계적인 추세에서 한 발 빗겨 나가는 것이었다. 영유아의 보육과 교육에 격차가 있다고 보는 것은 현장에서도 보육교사와 유치원교사의 차별적인 시선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낳았다.
구태여 합계 출산율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현실은 영유아의 성장이 온 사회의 관심을 받는 문제가 됐다. 한 명, 한 명의 영유아가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대 보육과 교육을 애써 갈라 전인교육의 균열을 만들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런 생각은 비단 한 가정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한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과 직결되는 문제가 됐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처럼 유보통합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마당에 불필요한 갈등은 시간만 지체하는 일이 될 것이다. 다만 이 시점에 중요한 것은 유보통합을 담당할 교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 모두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에 있어 전문성과 인성을 갖춘 인재들이다. 여기에 어떤 차이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고 본다. 유보통합에 있어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의 처우 문제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유보통합 과정에서 교원의 동등한 대우는 무엇보다 중요한 지향점이 돼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돌봄과 교육이 차이가 아니라 다름으로 보는 포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교육부가 이제 보육 업무를 담당하게 됨으로써 유보통합의 첫걸음을 뗐다고 볼 수 있다. 아무쪼록 거시적인 관점에서 유보통합이 원만하게 이뤄져 우리나라의 영유아 교육·돌봄에 새로운 전기가 열리길 바란다.
/안영미 서정대학교 글로벌융합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