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식 여야 모두 참석… 공감대 확인
김교흥 “간첩죄 벗은 이후 훈장 못해”
윤상현 “진보와 보수 떠나 의식 귀감”
독립운동가이자 한국 정치계 거목 죽산 조봉암(1899~1959) 선생의 독립유공자 서훈, 건국훈장 추서 문제가 최근 인천지역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언급되며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인천보훈지청도 서훈과 추서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뜻을 드러냈는데, 조봉암 선생의 명예회복에 힘이 실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달 31일 서울 중랑구 망우리 공원묘역에서 열린 ‘죽산 조봉암 선생 65주기 추모식’에서는 조봉암 선생의 ‘독립유공자 서훈·건국훈장 추서’가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강화에서 태어난 조봉암 선생은 일제강점기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해방 이후엔 제헌 국회의원과 초대 농림부장관을 지내며 농지개혁 등 건국의 기틀을 닦았다. 조봉암 선생은 2·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2위를 차지하는 등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1956년 진보당을 창당한 이후 이승만 정권에 의해 간첩 누명을 쓰고 1959년 사형이 집행됐다.
2011년 대법원은 재심에서 ‘진보당 사건은 반인권적 정치탄압’으로 규정하며 조봉암 선생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유족들이 수차례 독립유공자 서훈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보류됐다. 그러나 최근 국가보훈부가 독립유공자 서훈을 검토하면서 가능성이 열렸다.
최근 추도식에는 이례적으로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참석했는데, 이들은 독립유공자 서훈·건국훈장 추서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김교흥 의원은 “조봉암 선생은 2011년에 간첩죄에서 벗어났는데 아직도 훈장과 서훈을 제대로 못하고 망우리 공동묘지(공원묘역)에 계신다”며 “조봉암 선생의 업적을 후대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 역시 “조봉암 선생은 농지개혁과 같은 혁명적인 정책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이타심을 실천했고, 억울한 죽음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의연함과 당당함을 보여줬다”며 “진보와 보수를 떠나 조봉암 선생의 깨어있는 의식과 행동은 지금 정치인이 반드시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조봉암 선생의 독립유공자 서훈, 건국훈장 추서를 위해 다 같이 노력하자”고 말했다.
국가보훈부가 국가보훈처이던 당시, 유족들은 세 차례 독립유공자 서훈을 신청한 바 있다. 국가보훈처는 조봉암 선생이 친일 흔적이 있다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다. 국가보훈처가 내세웠던 서훈 심사 보류 근거는 “인천 서경정 조봉암이 휼병금(전장 병사 위로금) 150원을 냈다”는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의 국방헌금 관련 기사이다. 그러나 여러 연구자들은 이 기사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1945년 1월 일제는 조봉암 선생을 예비구금했는데, 거액의 국방헌금을 낸 애국인사를 일제가 체포할 이유가 없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65주기 추모식에는 박용주 인천보훈지청장이 참석했다. 이모세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회장과 여야 정치인 등 추모식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박용주 청장에게 “독립유공자 서훈, 건국훈장 추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달라”며 요구했다.
박 청장은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격상된 것을 ‘보훈부답게 일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독립유공자 서훈 요구를) 본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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