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법 '안전운임제' 여야갈등
운송사에 최저운임 강제할지 여부
화물연대 "화주, 계속 삭감 시도"
화물차 기사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 상시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화물차 기사들과 경영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화물차 기사들은 안정적인 근로조건을 위해 안전운임제를 상시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경영계에서는 화물 운임은 시장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최근 교통법안 소위원회를 열고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야당은 안전운임제를 재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연희·홍기원 의원 발의) 상정을 요구했고, 여당은 '표준운임제'를 골자로 한 법안(김정재 의원 발의)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2020∼2022년 3년간 일몰제로 시행된 뒤 종료된 제도다.
화주가 운송사에, 운송사는 화물차주에게 주는 최저 운임을 강제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안전운임 대상은 컨테이너와 시멘트 차량으로, 안전운임을 지키지 않으면 화주와 운송사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표준운임제'는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을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내용이다. 강제성이 없어 정부가 정한 표준운임 이하의 요금을 주더라도 처벌 조항은 없다.
화물차 기사들과 야당에선 안전운임제 일몰 이후 화물차주들의 근로 환경이 열악해졌기 때문에 재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2월 인천항에서는 안전운임제 종료 이후 일부 화주와 포워더(화물운송주선업체)가 운임 삭감을 진행하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가 '운행 거부'를 한 적이 있다.
화물연대 인천지부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일몰 이후 화주와 포워더들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운임 삭감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며 "연내 입법까지 빠르게 이뤄져야 화물차 기사들의 생존권을 지켜낼 수 있다"고 했다.
경영계에서는 안전운임제 시행 당시 중소 화주가 물류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재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인천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화물 운임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것이므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경영계 입장"이라며 "정부가 운임을 강제하는 것은 시장 경제에 맞지 않는 논리"라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화물차 기사들과 경영계 입장을 더 수렴한 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상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