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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속수무책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해법은?

입력 2024-08-04 20:44 수정 2024-08-12 13:4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05 1면

충전시설·주차공간, 지상으로 올려야

최근 청라서 벤츠 불나 200명 대피
단지내 전기 끊기고 車 72대 전소


인천 전기차 4만6천대… 화재 14건
이미 지어진 건물 심의 대상 제외
시의회 안전 조례 올 예산 미확보
"스프링클러 등 정비 초기 진압"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현장
2일 오후 인천 청라국제도시 전기차 화재 사고 현장에 차량들이 전소돼 있다. 2024.8.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에 소방당국도 속수무책이었다. 이 화재로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하고, 일부는 연기를 흡입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찜통더위 속에서 아파트 단지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도심 속 전기차 화재 피해를 막기 위해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 나 주민 2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 중 아이를 포함한 23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에 330동 5·6라인, 332~334동 전체 가구 등에 전력 공급이 끊기고, 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가구도 많았다. 일부 주민은 서구청 등이 마련한 임시 거주시설이나 친척 집 등에서 머무르고 있다. 주차된 차량 140여 대(72대 전소)가 불에 타거나 그을음이 끼는 등 재산 피해도 크게 났다. (8월2일 인터넷 보도)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현장 합동감식
2일 오후 인천 청라국제도시 전기차 화재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4.8.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현장
2일 오후 인천 청라국제도시 전기차 화재 사고 현장에 차량들이 전소돼 있다. 2024.8.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 서구는 애초 2일 기준 전기 및 수도 등의 복구 시점이 2~3일 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으나, 현장 상황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 복구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화재는 연기가 잘 배출되지 않는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전기차에서 발생해 불을 끄는 데 애를 먹었다. 해당 아파트는 1천581가구가 거주 중인 단지로,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을 뒤덮은 짙은 연기 탓에 화재 지점으로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출동한 지 무려 8시간 20분 만에 겨우 불을 껐다. 그 사이 유독가스가 단지 곳곳으로 퍼졌다. 하마터면 크나큰 인명 피해를 낳을 뻔했다.

인천에서 2020년 이후 발생한 전기차 관련 화재는 총 14건이다. 이 중에는 특별한 발화 요인 없이 단순 주차나 주행 중 발생한 화재가 4건이나 있다. 이번에 발생한 화재도 충전시설 등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기준 인천 10개 군·구에 등록된 전기차는 4만6천여대로, 2년 전(2022년 3월)과 비교하면 3만여대나 증가했다. 늘어나는 전기차 공급에 맞춰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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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기준 인천에는 공동주택 등에 1만9천여개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다. 이런 충전시설은 대부분 지하주차장에 설치돼 있어 불이 나면 연기 배출이 어렵고 화재 진압을 위한 접근이 쉽지 않다.

관련 법에 따라 소방당국은 2021년부터 신축 건물에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시 심의를 거쳐 안전 조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이전에 지어진 건물 등은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충전시설을 설치하더라도 안전 조치를 마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소방청은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층이나 가까운 지하층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강제성은 없다.

 

전기차 화재 '질식소화포와 수조를 동시에'<YONHAP NO-5626>
지난 1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국제안전보건전시회에 전시된 질식소화포와 수조를 결합한 전기차 화재 진화 장비. 2024.7.1 /연합뉴스

인천시의회는 전기차 전용주차장이나 충전시설이 있는 공간에 초기 진화를 위한 물막이판, 차량용 질식소화덮개, 충수용 급수설비 등 안전시설 설치 기준을 마련하고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례를 제정했다. 문제는 올해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조례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가스가 발생하는데, 아파트에서 이런 불이 나면 삽시간에 배관을 타고 위층으로 가스가 올라가 인명 피해를 낳을 수 있다"며 "전기차 충전시설과 주차 공간을 지상에 조성하는 방안이 현재로선 피해를 막을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전기차 충전 시 완충보다는 80% 수준만 충전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한 번에 많은 전류를 공급하는 급속충전보다는 완속충전을 지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에 비해 오래 타는 특성이 있긴 하지만, 스프링클러 등 기존 시설만 잘 정비해도 초기에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안전시설부터 정비·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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