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교섭권 만료… 비자의적 복귀
'기습파업·준법투쟁' 동력 확보 복안
지난달 22일 오전 용인시 기흥구 삼성세미콘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7.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파업 돌입 4주 만에 현업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내·외부에선 명분도 잃고 실리마저 챙기지 못한 파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일 삼성전자 노사에 따르면 전삼노는 지난 1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5일까지 현업에 복귀해 달라"고 밝혔다.
이번 전삼노의 복귀 선언은 자의가 아닌 비(非)자의적인 복귀에 해당된다. 전삼노의 대표교섭노조 지위는 4일까지로, 다른 4개 노조의 동의가 없는 한 5일부터 대표교섭노조 지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전삼노는 지난달 29일 집중교섭에 앞서 다른 4개 노조에 '대표교섭권에 대한 각 노동조합의 의견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전삼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행동노조'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동행노조는 최근 "대표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통한 협상이 회사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 이상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전삼노의 파업을 비판한 바 있다.
대표교섭노조 지위가 만료될 경우, 쟁의권(파업권)도 당연히 종료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이다. 전삼노는 파업이 사실상 강제 종료되자 지속가능한 게릴라 파업과 준법투쟁으로 사실상 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며 제1노조인 사무직노동조합과의 통합을 통해 파업 동력을 다시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전삼노가 이번 파업의 목적을 '생산 차질'이라고 밝히고 억대 평균연봉에도 불구하고 고작 5만원 때문에 파업에 돌입했다는 비난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파업 명분을 잃은 상태다. 게다가 집중교섭 막판 200만 복지포인트 추가 요구안마저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의해 수용되지 않으면서 실리마저 챙기지 못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한 직원은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임금 인상은 핑계고 노동조합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파업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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