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하는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월례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7.26 /연합뉴스
 

한동훈 체제가 들어섰지만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거취를 둘러싼 친윤과 친한의 힘겨루기에서 보듯이 국민의힘 내부의 갈등은 여전히 잠재하고 있다. 일단 주도권 확보에 성공한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변화의 행보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러나 정진석 비서실장이 한 대표에게 정 전 의장의 유임을 권유했다고 한 보도에서 보듯이 대통령실은 변화보다 친윤 위주의 당 운영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한 대표가 당심과 민심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건 지금의 여권으로는 차기 대선 승리는 물론 보수 전체가 궤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 이루어지지 않고, 대통령실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인다면 친한 대 친윤의 갈등만 깊어질 뿐이다.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공조를 통하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김건희 여사 특검 등의 이슈를 계속 증폭시키고 명분을 쌓으려 하고 있다. 여권이 이재명 전 대표와 조국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기대어 이를 가볍게 여긴다면 큰 낭패를 볼 것이다. 여권이 변화와 쇄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기존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 탄핵의 명분을 찾는 야당에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한 대표가 지도부를 친한 우위의 구도로 일단 만들었지만 한동훈 체제의 성공 여부와 변화의 가늠자는 한 대표가 전당대회 때 공약한 채 상병 특검 수정 발의 여부이다. 벌써 장동혁 최고위원이나 새로 지명된 김상훈 정책위의장의 말에서 수정 발의와는 다른 결의 말이 나오고 있다.

한 대표가 당내의 특검 수정 발의와 상반되는 친윤 중심의 반발과 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효과 있는 대응을 동시에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친윤 그룹의 조직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노정된다면 여권은 더욱 나락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은 정 전 의장 거취 문제에서도 일관된 신호를 내지 못했다. 윤 대통령도 한 대표와의 용산 회동에서 '당직 인선은 대표가 알아서 해라', '포용하는 인사를 해라' 등의 상충되는 듯한 메시지를 냈다.

야권의 입법 공세와 윤 대통령 탄핵 명분 축적 등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여권이 변해야 여야 극한 대치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이의 첫 모멘텀은 채 상병 사건의 제3자 추천 특검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아직 이종섭 전 장관 소환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