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정치 궁합

입력 2024-08-06 20:28 수정 2024-08-06 20:39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07 18면
2024080701000067600005651

우리나라에 결혼정보회사가 처음 등장한 때는 1980년대 중반이다. 속칭 중매쟁이가 하던 일을 기업이 시스템화해서 최적의 반쪽을 찾아 인연을 맺어주는 것이다. 업체에 회원 등록을 하려면 상세한 신상정보와 증빙서류를 제공하고 법무팀의 확인 절차까지 거치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작동해 외모, 성격, 학력, 직업, 자산, 가정환경 등 6가지 조건에서 골고루 높은 밸런스를 보이면 '육각형 남자', '육각형 여자'가 된다. 매칭 시장에서 성혼 가능성이 높은 A급 배우자 감의 별칭이다.

하지만 이제 육각형이 아닌 칠각형을 찾아야 할 모양이다. '정치 궁합'이라는 특별 조건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국민 5명 중 3명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은 사절"이라고 답했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6~8월 19~75세 남녀 3천950명 면접조사를 바탕으로 한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 내용이다. 응답자의 58.2%가 정치 성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남성(53.9%)보다 여성(60.9%)이 더 높다는 점은 흥미롭다. 세대별로는 노년층(68.6%)이 청년층(51.8%)과 중장년층(56.6%)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러한 결과는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갈등에서 기인한다. 92.3%가 진보-보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5년 전인 2018년 87.0%보다 5.3%p나 상승한 수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82.2%), 노사 갈등(79.1%), 빈부 갈등(78.0%),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71.8%), 지역 갈등(71.5%) 등 다른 숱한 마찰보다도 정서적 피로도가 높다는 의미다. 오죽하면 명절 때 정치 얘기는 말라는 불문율이 생겼을까.



청년세대(만 19~34세) 혼인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더니, 2020년 기준 10명 중 8명(81.5%·784만명)이 미혼이다. 남성 86.1%, 여성 76.8%가 자의든 타의든 솔로의 삶을 살고 있다. 정쟁으로 지고 새는 국회는 마치 분노와 증오의 블랙홀 같다. 국민은 지치고 괴롭고 신물이 난다. 정치 걱정에서 자유로워야 국민의 삶이 편안해질 텐데,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금쪽이 정치인'들이 태반이다. 고금리·고물가에 취업난까지 겹쳐 가뜩이나 결혼하기 힘든 데 '정치 궁합'까지 따지는 대립과 단절의 시대다.

/강희 논설위원

경인일보 포토

강희 논설위원

hikang@kyeongin.com

강희 논설위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