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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팔도핫플레이스] 가야산 신규 탐방로 '법전리~칠불능선'

입력 2024-08-07 21:02 수정 2024-08-07 21:03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08 14면

오르막 내리막 희로애락 두루 맛보기… 인생 고백(Go back)길


침목계단 옆 빽빽한 원시림 52년만에 개방 실감
새파란 이끼 입은 '너럭바위' 다래나무 수액 뚝뚝
최대 난코스 세번째 철계단옆 작은샘서 체력충전
바위돌기 경사 심해 안전 주의 앞사람 재촉안돼

'정상' 칠불능선 300m 앞 거짓말 같이 경사 완만
만물상·용기골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더위 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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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433m가야산 칠불봉 정상. 칠불봉은 날카롭게 솟은 바위봉우리로 타오르는 불꽃모양(石火星)을 하고 있다.

요즘 경북 성주군 국립공원 가야산이 핫(hot)하다. 지난 6월 성주 가천면 법전리에서 최고봉 칠불봉(1천433m)을 연결하는 신규 탐방로 2.8㎞ 구간이 52년 만에 개방되면서다.



칠불능선탐방로로 이름 붙은 이 구간 개통으로 성주군 내에서 온전히 가야산을 종주할 수 있게 됐다. 이 탐방로를 위해 성주군은 해인사와 국립공원공단 등에 10여 년 공을 들였다. 새로운 산길이 열리자 등산객들이 찾아들면서 호불호가 분분하다.

뭇 산이 그렇듯, 칠불능선탐방로도 인생을 닮았다. 편하고 달콤한 구간이 있는가 하면, 어렵고 힘든 곳도 있다. 기쁨도 슬픔도 모두 삼키고 가야 하는 인생 같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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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색(思索)길…가야산 에움길


성주군 가천면 법전리 공영주차장 주차 후 산행을 시작하면 전형적인 시골 산 입구가 반긴다. 본격 산행을 위한 준비운동 코스를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하다. 이름 모를 풀벌레와 산새 소리에 취해 임도를 걷다 보면 금방 법전탐방지원센터와 화장실이다.

산길 반대편에 죽전폭포(마수폭포라고도 함) 가는 길이 있다. 원점회귀 산행이라면 굳이 들르지 않아도 된다. 하산 때 들러 땀을 씻으면 제격이다. 짙은 숲 속에 동굴처럼 자리 잡은 폭포라 한여름이면 더욱 찬 냉기를 뿜어낸다. 폭포가 크지는 않지만, 수량이 많고 수심은 얕아 아이들과 함께 이용하기에도 좋다.

'봉양법전탐방로'라고 적힌 글귀가 가야산 에움길 시작을 알린다. 이 길은 법전리와 가야산생태탐방원을 잇는 임도 숲길로 남녀노소 누구나 산책하기에 기대 이상이다.

길 양옆으로 아름드리 소나무와 다양한 활엽수가 어우러져 싱그러움을 더한다. 그늘은 두텁고 계곡 물소리는 청량감을 더한다. 다람쥐 한마리가 얼굴을 내밀더니 곧 자취를 감춘다.

약간의 오르막을 30여분 걷다 보면 오른쪽에 마침내 '칠불능선탐방로'라 적힌 새 등산로 입구가 나타난다.

■ 동행(同行)길… 계곡 물소리와 함께

칠불능선탐방로 입구를 들어서면 침목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나온다. 산에 들어섰음을 실감한다. 오른쪽 계곡 물소리와 녹음이 반갑다. 길은 좁지만 험하지 않고 오르막도 밋밋하다. 첫 개방이라더니 오히려 길은 반들반들하다. 산 중턱쯤에 있는 암자터에 무속인들이 기도하러 다니던 길인 탓이다. 암암리 사람들이 다니던 산길이 공식화한 셈이다.

큰 너럭바위가 눈길을 끈다. 30~40명은 족히 앉아 쉴 수 있을 만한 크기다. 등산로 오른쪽은 계곡이 이어지고 왼쪽 너들은 새파란 이끼를 입고 있다. 군데군데 등산로를 막고 있다 잘린 다래나무 줄기에선 아직도 수액이 뚝뚝 떨어진다.

데크 다리를 건넜다. 상류라 수량은 많지 않지만 우천시 등산객 고립 예방을 위해 설치한 것이다. 길 양쪽으로 이름 모를 야생화며 야생오미자, 산다래가 지천이다. 많은 등산객이 드나들어도 잘 보존돼야 할텐데, 걱정이 앞선다.

■ 산행(山行)길… 적당한 오르막과 난이도


침목 계단이 나왔다. 난이도는 적당하고 다리에 전해지는 묵직함이 좋았다. 본격 산행은 이제부터인 듯했다. 등산 스틱이 있으면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이때쯤 들었다.

탐방로를 따라 이어지는 계곡은 지표수는 보이지 않지만 땅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여전하다. 아득하게 보이는 침목 계단을 오르니 작은 능선이 나왔다.

이곳부터 52년 만의 개방이 실감이 났다. 오른쪽은 빽빽한 원시림이고, 왼쪽으로 산 아래가 보인다. 등산로는 여전히 좋다. 쓰러진 나무가 산길 주변에 널려있다. 길을 내려고 베어낸 것은 아니었다. 지난 2, 3월에 내린 습설이 얼어붙으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가 부러진 것들이다.

03지점서 조금 더 오르다 보면 왼쪽 바위 위에 자리잡고 있다 쓰러진 소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긴 세월 바위틈에 의지했던 이 소나무도 올해 무거운 눈과 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안타까웠지만 이곳서 내려다본 산아래 풍경은 기가 막힌다.

이후부터 이어지는 높고 날카로운 바윗돌과 철계단이 험한 산행을 예고한다. 칠불능 탐방로에는 모두 4개의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계단참이 전망대 역할을 한다.

■ 감내(堪耐)길… 이 또한 지나가리라


철계단 두 곳을 지나고 나면 최대 난코스다. 이 구간은 앞만 보고 한 계단, 한 걸음 묵묵히 올라가야할 만큼 힘에 부친다. 오르막 경사도 심하고 길도 험하기 그지없다. 등산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이 구간 때문이다. 잘 준비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숨이 턱까지 차고 난코스가 시작될 쯤이면 왼쪽 암벽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잘 살피면 작은 샘도 찾을 수 있다. 세번째 철계단이 시작될 쯤인데, 시원하게 세수하고 체력을 충전하는 것이 좋다.

안전에는 더욱 각별하게 주의해야 한다. 바위 돌기는 날카롭고 경사는 심하다. 자칫 잘못 딛거나 맨손으로 돌을 짚으면 부상 당할 우려가 높다. 앞사람을 재촉하지도, 서둘지도 말아야 한다.

어떤 이들은 힘들기만 하고 볼 게 없다고 투덜댄다. 무작정 앞으로만 나아간 탓이다. 힘들고 어려운 코스는 안전한 곳에서 숨을 고르고 뒤돌아 조망도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잡념과 번뇌를 삼키고 오르다 보면 어느덧 사역거의(斯亦去矣). 이 또한 지나가리라!

칠불봉 정상.
칠불봉 정상. /매일신문 제공

■ 환희(歡喜)길… 아! 칠불봉


칠불능선을 300여m 앞둔 산길은 거짓말 같이 부드럽고, 경사는 완만하다. 가끔은 얕은 내리막도 있다. 무겁던 다리는 신이 난다. 더운 콧김이 콧노래로 바뀐다. 하늘이 환해지고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칠불봉과 상왕봉이 칠불능선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이내 칠불봉이 100m 상왕봉은 200m란 이정표가 보인다. 휴~ 안도의 한숨이 흐른다. 최고봉 칠불봉으로 향했다. 고무매트가 깔린 나무계단을 지나 데크에 다다르니 반대쪽 만물상과 용기골서 불어온 한줄기 바람이 더위와 피로를 날린다. 땀을 흘린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시원함이다. 곧바로 칠불봉 정상석 앞에 섰다. '七佛峰(칠불봉) 1,433m'라 새겨져 있다. 칠불봉은 날카롭게 솟은 바위봉우리로 타오르는 불꽃모양(石火星)을 하고 있다.

법전리 공영주차장을 출발한 지 3시간 20분만이었다. 정상에서 김해서 왔다는 부자(父子) 등산객과 가야산 이야기를 잠시 나누다 올랐던 길을 되짚어 하산했다. 휴식시간 포함 왕복 5시간 30분. 개인마다 정도가 다르겠지만 엄청나게 어렵지도, 그렇다고 녹록하지도 않았다. 칠불능선탐방로는 아직은 날것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손길이 더해져야 우리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일부 구간이 좀더 빨리 잘 정비되어 어렵기 보다는 즐거운 가야산 종주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용기골은 여름, 만물상 코스는 봄·가을


만약 하산을 원점회귀가 아닌 종주로 잡으면 칠불봉에서 서성재를 거쳐 용기골~백운동탐방지원센터, 또는 만물상~백운동탐방지원센터다. 용기골을 택하면 2시간 정도면 된다. 만물상으로 가면 30분~1시간 더 걸리는데, 오르내림이 많고 손발을 다 써야하는 바윗길이다. 기암괴석의 경관은 말로 할 수 없다.

특별히 위험하거나 어렵지는 않지만 주의를 요구하는 곳이 많다. 용기골은 여름, 만물상 코스는 봄가을 산행을 추천한다. 자가용을 법전리 공영주차장에 세워두었다면 가천 콜택시, 또는 수륜 콜택시를 이용해 돌아가야 한다.

■ 주변 가볼만한 곳


만수동 표지석

▷가야산 만수동 표지석


조선시대 전란 등을 피해 몸을 보전할 수 있고 거주 환경이 좋은 10곳을 의미하는 십승지를 기록한 정감록에 가야산 만수동이 나온다. 가야산 만수동 표지석은 성주군 가천면 마수리 뒷산 623m의 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표지석은 가로 2.5m 세로 1m 정도 크기의 화강석으로 거북등 모양이다. 글자의 크기는 가로 72㎝, 세로 27㎝로 '萬壽洞(만수동)'이라 큼직하게 조각되어 있다.

만귀정

▷만귀정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62호. 조선후기에 공조판서를 역임한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 1792~1871)가 말년(1851년)에 귀향해 독서와 자연을 벗 삼으며 여생을 보낸 곳.

이원조는 본관이 성산(星山)이며, 유학과 문장에 있어 유림의 으뜸으로 추앙받았고 지방관으로서도 많은 치적을 올렸다.

그의 학문진흥에 대한 의지를 담은 철제로 된 흥학창선비(興學倡善碑)가 세워져 있다.

가야산생태탐방원

▷가야산생태탐방원


태양광을 이용한 숙박 및 자연 친화적 체류 시설. 친환경 LED를 적용한 랏지와 캐빈에 머물면서 생태관광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숲해설가와 함께하는 에움길 트레킹과 깃대종 에코컵 만들기, 힐링 비누 만들기, 자연물을 이용한 테라피 만들기 등이 있으며 참여는 투숙객은 물론 당일 탐방원 방문자도 이용할 수 있다.

/매일신문=이영욱기자,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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