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토가 밤낮없이 펄펄 끓고 있다. 낮에는 벌겋게 달아오른 가마솥에 기름을 끼얹은 듯하고 밤에는 식지 않은 열기로 고온의 습식 사우나나 다름없다. 열대야 지속 일수도 지난 2018년 폭염 때를 넘어섰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전력수요다. 지난 5일 오후 5시 최대 전력수요가 93.8GW(기가와트)로 역대 여름철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는 2021년 91.2GW, 2022년 93GW, 그리고 지난해 93.6GW였다. 고온과 습한 날씨가 지속되는 데다 7월 말과 8월 초에 걸친 휴가로 잠시 멈췄던 제조업 현장들이 이번 주 들어 일제히 가동을 재개하면서 전력 예비율이 한때 9%까지 떨어져 경고등이 켜졌다.
전력거래소의 장기 전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수요 기준 최대 전력은 오는 2039년 150GW, 2051년 202GW로 전망된다. 2036년까지의 전망은 지난해 1월 수립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바탕으로 했고, 2037년부터 2051년까지는 이 기본계획의 연평균 최대 전력수요 증가율이 유지될 것을 전제로 한 전망치다. 앞으로 15년 안에 최대 전력이 올해보다 50%, 2051년 무렵엔 100% 늘어난다는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 시설 투자 확대, 인공지능의 보급과 데이터센터의 증가,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전력수요가 전망치보다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리라는 우려 섞인 예측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전력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 인프라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지난 정부의 탈원전과 석탄발전 퇴출 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현실적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날씨 조건에 따라 전력 생산의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도 불안 요인이다. 생산은 남부, 소비는 수도권에 편중된 전력의 장거리 공급 구조도 경제성과 안정성 그리고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이 요구되지만 당장 손대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만에 하나 전력 공급이 일순간에 중단되는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곧바로 전 국가적 재난이 된다.
우리가 지난 2011년 9월 15일 경험했던 전국적인 정전사태도 한 지역발전소의 터빈 고장에서 시작됐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각각의 장단점을 가진 전력 자원을 최적의 조건으로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안정적인 전력 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