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망청(청라)이라니"… 불난 집에 온라인 테러

입력 2024-08-08 20:10 수정 2024-08-09 21:2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09 4면

청라 전기차화재 익명 조롱글 눈살
도시락 대신 개사료 지원 주장도
"청라, 욕심 그득한 사람들 살아"
'지역민 비하' 댓글 처벌은 어려워


청라 아파트 화재 원인 벤츠 전기차 국과수 합동감식
국립과학수사원과 인천경찰, 인천소방 등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인천시 서구 원당동의 한 공업사에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벤츠 전기차에 대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4.8.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피해자들에게 세금을 쓰지 마라." "청라거지." "이부망청(라)이다."

인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실의에 빠진 주민들을 조롱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등을 제공하는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호갱노노'내 해당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8일까지 이런 댓글이 수백 개나 달렸다. 익명으로 누구나 작성할 수 있는 댓글은 대부분 입주민들을 비웃거나 야유하는 내용들로 넘쳐난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익명 작성자가 지난 4일 이 커뮤니티에 "아파트 주민들이 개 사료를 지원하라고 하는 등 도를 넘는 행동이 많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뒤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집 불난 게 벼슬이냐." "사유지에서 일어난 사고에 세금을 쓰지 마라." "도시락 대신 개 사료를 지급하라." 등의 댓글을 본 입주민들은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 입주민은 "공무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쓴 개 사료 관련 글대로 일부 주민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수도, 아니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 "피해를 입은 우리 주민들이 이렇게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작성자는 익명에 숨어 아파트 입주민은 물론 도시 전체를 싸잡아 비방하고 있다. 이 아파트가 위치한 서구 청라국제도시를 두고 "청라는 비싸기만 하고 살 곳이 못 된다." "청라는 욕심 그득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등의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과거 모 정치인이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이라고 했던 망언을 변형한 '이부망청(라)'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온라인상에서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거짓을 적시하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지역민을 비하하는 등의 댓글은 피해자 특정이 어려워 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 1일 해당 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아이를 포함한 23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단지 대부분에 공급이 중단됐던 수도는 지난 6일에야 1개 동을 제외하고 복구됐다. 일부 가구에 끊긴 전력 공급은 이르면 9일께 재개될 예정이다. 8일 기준 피해 주민 669명(203가구)은 구청 등이 마련한 임시 거주시설 11곳에 머무르고 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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