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기업까지 매출피해 눈덩이
'가격경쟁력 확보' 세제 지원 필요
중국 기업들이 내수 침체로 쌓인 재고를 싼값에 수출하는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인천지역 제조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기회로 장치를 생산하는 인천 제조업체 A사는 내년 납품 계획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이 올 상반기 들어 단가를 낮춰 고객사를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1년 단위로 부품을 납품하고 있어 올해는 계획대로 생산하겠지만, 중국산 제품 가격이 올해 들어 30~40%가량 낮아지면서 내년 납품 계약 과정에서 중국 업체에 자리를 뺏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발 저가 공세로 인한 직격탄은 인천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철근 수요가 줄면서 사실상 철강제품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인천공장 전기로 가동을 6개월 동안 중단한 현대제철도 중국산 철판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자 최근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달 24일 중국 철강업체들이 선박 건조와 건설 자재 등에 쓰는 후판을 저가로 수출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했다. 현대제철의 후판 생산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650t으로, 같은 기간 전체 철강 생산량(5천187t)의 13%를 차지하는 주력 철강 제품이다.
중국이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완제품 재고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국 내 완제품 재고율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소비가 급감한 2022년 4월 20%대까지 올랐다가 점차 줄어 올해 1월 1.5%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지난 6월에는 재고율이 4.67%로 상승하는 등 재고 적체가 다시 심화하고 있다. 쌓인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저가 물량 공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재고를 싼값에 밀어내면서 인천지역 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인천상공회의소가 8일 발표한 '중국 저가·물량 공세가 인천지역 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저가상품 수출 확대로 '매출·수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기업이 조사에 응한 전체 기업 211개 중 83개(39.3%)로 나타났다.
'현재 영향은 없으나 앞으로 피해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답한 기업도 89개(42.2%)였다. 이들 기업은 '판매 단가 하락 압박' '내수시장 거래 감소' '실적 부진에 따른 사업축소·중단' 등을 이미 겪거나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물량 공세가 지속되면 국내 기업들이 받을 타격도 이전보다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 제품들이 낮은 가격을 비교 우위로 내세웠던 과거와 달리 제품의 품질이나 기술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정부는 국내 산업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우리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금·세제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