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새벽 폐막식으로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대한체육회의 앓는 소리가 무색해진 역대급 선전에 국민의 환호가 끊일 날 없던 축제였다. 선수단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에서 국내외에 신세대 한국인, K-신인류의 등장을 알렸다. 금·은·동메달 숫자와 국가순위보다 값진 문화적 성취다.
파리 올림픽의 국가대표들은 쿨한 자부심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주종목인 25m 공기권총에서 격발 시간을 초과해 탈락한 김예지는 "빅이벤트(0점)를 선사해 여러분(국민)의 실망이 컸을 것"이라 했다. 예전 같으면 실수로 금메달을 날리고 국가순위를 깎아먹었으니 죄책감에 눈물로 속죄했을 테다. 김예지는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 하루에 있던 좋은 기억 하나로 잠드시라"고 국가대표의 문법을 새로 썼다.
막내 도경동은 펜싱팀 최고참인 구본길에게 "형! 정신 차려"라고 다그쳤다. 남자양궁 최초의 3관왕 김우진은 "메달 땄다고 젖어있지 말아라. 해뜨면 마른다"며 올림픽 금메달 5개에도 배고픈 1인자의 도전을 선언했다. 엄마 길영아의 금메달에 못미친 은메달을 딴 김원호는 "엄마가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할 수 있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모두 기성세대의 문법으로는 해독이 불가하다. K-신인류의 언어다.
2011년 귀화 동기 전지희, 이은혜는 토종 삐약이 신유빈의 든든한 뒷배였다. 스무살 신유빈을 한국 탁구의 미래로 귀하게 여기고, 신유빈은 동메달 2개의 영광을 선배들에게 돌렸다. 여자 펜싱 최고참 윤지수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자신의 무대를 후배에게 양보했다. 시대와 세대를 거역하지 않고 공존하는 K-신인류의 지혜다.
안세영의 작심발언은 K-신인류를 가둔 낡고 부조리한 구시대와 구체제를 향한 당당한 저항이다. 일일이 해명하는 체육단체의 대응은 변죽이다. 새로운 세대에 문맹인 시대와 체제는 역사에서 강퇴당한다. 안세영의 요구에 담긴 시대적 요청을 읽어내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
세대와 시대 교체의 물결은 도도하고 그 정점에 K-신인류가 출현했다. 음악, 영화·드라마, 음식에 이어 스포츠까지 새시대의 훈민정음으로 K-컬처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가는 세대다. 사람이 유일한 천연자원인 나라의 생명줄이다. 구질구질한 구세대와 구체제를 걷어찬 K-신인류의 발견이야말로 파리 올림픽 최고의 수확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