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
[경인 Pick] 잇단 전기차 화재… 이웃에는 '눈칫밥' 중고차 시장선 '찬밥'
전기차 차주 '이중고' 울상
공포 여론 확산에 주차 '가시방석'
중고차 매장 수요 없어 매입 안해
인기 차종 최고 3%대 시세 하락
23일 경기도 수원의 한 건물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2024.7.23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잇따른 전기자동차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공포와 거부 반응이 나타나는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는 가운데, 경기도 내 전기차주들이 화재 불안감에 이웃의 따가운 시선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가 '찬밥' 대접을 받으면서 외면 받고 있는데, 자동차가 소유주의 자산임을 고려하면 전기차 소유주의 경제적 손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눈치보는 전기차주
시흥시 배곧동에 거주하는 전기차 차주 이모(35)씨는 요즘 자신의 차를 충전할 때 혹시 모를 배터리 화재를 우려해 100%가 아닌 80% 정도만 충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온라인에서는 전기차 퇴출 운동을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전기차주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이 생길까 걱정된다"며 "솔직히 앞으로는 (전기차를) 추천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숙성과 저렴한 충전 비용으로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보급됐으나, 최근 전기차에 대한 공포 여론이 확산되며 전기차 구입을 후회하는 분위기마저 포착되고 있다.
1년6개월째 전기차를 타고 있는 김모(67·성남시 서현동)씨는 자신의 전기차에서 불이 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물론, 공동주택 내 이웃들의 눈치까지 보게 돼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요즘에는 전기차를 산 게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지하주차장 주차가 제한되진 않을지 걱정"이라며 "정부나 제조사에서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책과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기차 화재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 중고차 시장에서 매입 불가를 통보받았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인터넷 커뮤니티 캡처최근 전기차 화재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 중고차 시장에서 매입 불가를 통보받았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
■ 중고차 시장에서도 외면
"요즘 연이은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 때문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건 사실입니다."
지난 9일 오전 수원지역의 한 중고차 매장에서 근무하는 A 직원은 "전기차를 팔려는 이들은 느는데, 수요가 없다 보니 가격이 많이 내려가 상사에서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분위기를 전했다.
중고차와 관련한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선 '전기차 중고 매입 불가 통보를 받았다.', '전기차 포비아로 가격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는 내용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차주 변모(43)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고차 시세를 알아보니 반값이 아니라 3분의1 가격에 나오고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감가 문제를 떠나 자칫 화재라도 나면 보상은커녕 파산 신청을 해야 할 정도라는 소문 탓에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를 꺼리고 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중고차 업계에선 휴가철 시세 하락에 더해 화재 사고 여파로 전기차 중고 시세는 더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자동차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이달 초 국내 완성차 브랜드와 수입차 브랜드의 2021년식 인기 차종 중고차 시세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대차 아이오닉 5 롱레인지 프레스티지는 전월 대비 1.97%, 기아 EV6 롱레인지 어스 1.11%,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 2.61%, 모델Y 롱레인지 3.36% 떨어졌다.
→ 관련기사 (청라 전기차 화재, 전형적 '안전불감증'이 화 키웠다)
/이상훈·한규준기자 sh2018@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