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칼럼

[이재우 칼럼] 변화의 티핑 포인트

입력 2024-08-12 20:1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13 18면
정치적 갈등·사회 분열 해법 못찾고
경제, 패권국들 틈새서 새우등 터져
아열대성 기후로 고유종 생존 위협
여러변화 헤쳐나갈 용기·지혜 필요
열린 마음으로 대비하는지 성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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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요즘은 길이 잘 나 있고 자동차가 있어서 높은 고개도 쉽게 넘어갈 수 있지만, 예전에는 걸어서 고개를 넘어가야 했다. 지리산 자락 산골에서 살고 있던 조선 시대의 선비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는 것을 생각해 보자. 선비는 한양까지 가는 길에 크고 작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선비가 가는 길의 가장 큰 난관은 소백산맥에 버티고 있는 죽령이다. 죽령이란 고비를 넘어야 한양에 도착할 수 있다. 죽령을 넘다가 힘이 들어서 또는 과거에 자신이 없어서 고개 넘는 것을 포기하면 결코 한양에 갈 수 없을 것이다. 높은 고개는 험난한 난관이지만 그 난관을 넘어야 일을 도모할 수 있다. 고개는 일종의 고비점 또는 티핑 포인트이다. 고비를 넘으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티핑 포인트는 급격한 변화의 시점을 의미한다. 2000년에 맬컴 글래드웰은 'The tipping point'란 책을 출판하여 이 용어를 소개했다. 글래드웰은 티핑 포인트를 마법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이라고 하였다. 자연 현상이나 사회 현상에서 변화는 서서히 자기도 모르게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때도 있지만, 어떤 조건에서는 변화가 급격하게 발생한다.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연속 전이라고 하고, 급격하게 일어나는 변화를 불연속 전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전이가 밀려오고 있다. 기후 위기, 저출산 위기, 고령화 위기 등은 그 변화가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지만, 어느덧 큰 변동이 우리 문 앞에 서 있다. 반면 전쟁이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불연속 전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큰 변동의 기점인 티핑 포인트가 우리 앞에 어른거린다! 과연 우리는 변화의 쓰나미에 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 사회는 전이의 순간인 티핑 포인트에 서 있는 듯하다. 사회는 분열과 투쟁의 갈림길에 서 있으며,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할 지경이다. 정치적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으며, 정치는 꼬리가 전체를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손쉬운 정보 교환으로 발생한 팬덤 정치와 정보 왜곡 현상은 사회가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선진국으로의 전이를 목전에 두고도 방향을 상실하여 갈팡질팡하고 있다. 산업과 기술적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문턱에 서 있지만 어떻게 도약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 저임금 노동에 바탕을 둔 산업은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 중국, 베트남, 인도 등의 저임금 노동력과의 싸움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첨단 과학기술과 선진적 금융산업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지자걸음을 하고 있다. 기초과학에 대한 경시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급속히 상실하게 하고 있다. 이제 선진국을 넘어서기 위해서 우리 자신의 선도형 기술과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돈과 위신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연구나 직업은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다양화와 다면화는 후퇴하고 있으며, 패권 국가들 사이의 틈바구니에서 새우등이 터질 지경이다. 국제 사회에서 국력에 걸맞은 우리만의 위치를 정립해야 하는데, 그런 일을 바라는 것은 요원한 일인 듯하다. 지구 온난화와 극심한 생태 교란은 우리 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극한 기후와 극단적 폭우는 사람뿐만 아니라 농작물과 생태계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온대성 기후가 아열대성 기후로 점점 변하면서 우리나라 고유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한꺼번에 몰려오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맞서기 위해서 우리는 티핑 포인트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떤 고비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지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변화를 헤쳐나갈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새로운 변화에 맞서기 위해서 우리는 보다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변화의 물결에 우리 스스로 대비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할 시기이다.

/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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