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식재료비 홀쭉… '말라가는' 무료급식소

입력 2024-08-12 20:31 수정 2024-08-12 21:27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13 9면

폭염·장마… 반찬 선정 쉽지 않아
일부 잠정 중단도… 취약층 피해
예산 빠듯 "추석이후까지 쉴수도"


12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남양읍의 만나무료급식소는 물가상승의 여파로 김치 대신 무말랭이를 제공하는 날이 많아졌다고 했다. 2024.8.12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12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남양읍의 만나무료급식소는 물가상승의 여파로 김치 대신 무말랭이를 제공하는 날이 많아졌다고 했다. 2024.8.12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장마에 이은 폭염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오른만큼 경기도 내 무료급식소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무료급식소들은 고물가를 이겨내기 위해 배식량을 줄이고 반찬도 저렴한 것으로 바꾸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12일 오전 10시30분께 화성시 남양읍의 '만나무료급식소'. 배식시간이 30분이나 남아있었지만, 어르신 30여명이 자리를 꽉 채워 앉아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65세 이상 노인들을 주 대상으로 하루 세끼를 모두 제공하고 있는 급식소의 점심 반찬으로 제육볶음과 도토리묵, 야채튀김, 김치가 나왔다.

혼자 살고 있다는 홍태화(86)씨는 "반찬을 만들 줄 몰라 김치찌개 정도만 끓여 먹는다"며 "여기는 매일 메뉴도 바뀌고 맛도 좋아 거의 매일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급식소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반찬 선정에 대한 고심 역시 깊어졌다. 특히 고기나 생선 등 메인 메뉴보다도 기본 반찬인 김치를 제공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급식소가 지자체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식재료비 명목으로 1인당 4천원 정도다.

이것만으론 식재료값을 충당하지 못해 후원에 기대고 있지만, 겨울 김장철과 달리 여름엔 배추김치를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 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한달에 10일 가량은 김치 대신 비교적 값이 저렴한 무말랭이를 내놓고 있다.

김성민 만나무료급식소 대표는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어르신들의 건강을 생각해 반찬 가짓수를 마냥 줄이긴 어렵다"며 "무말랭이처럼 비교적 저렴한 반찬으로 대체하거나 리필은 안 된다고 안내하면서 양을 줄여가며 버티고 있다"고 했다.

일부 급식소는 오르는 물가를 견디지 못해 잠정 운영 중단에 들어가기도 했다. 급식소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급식소를 이용하는 취약계층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수원시 권선동에서 취약계층에게 도시락을 나누던 '한국나눔사랑봉사연맹'은 이달 말까지 잠정 운영을 중단하는 이른바 '방학'에 들어갔다.

봉사연맹 단원들은 매주 두 차례씩 모여 직접 음식을 조리한 뒤 점심시간에 맞춰 못골공원과 효원공원에 나가 150여명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곤 했다. 그러나 나날이 물가가 오르자 직접 조리한 음식 대신 종종 빵을 제공해 왔고 이마저도 예산이 부족해 아예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방학 기간을 늘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방칠성 한국나눔사랑봉사연맹 사무총장은 "물가가 오르면서 직접 담그던 김치를 구입하고 취나물이나 시금치를 저렴한 콩나물로 변경하면서도 음식 기부를 이어왔다"며 "재작년부터 운영이 어려워 폭염이 심한 날에 맞춰 한 두 달씩 쉬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추석 이후까지 쉬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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