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만에 되찾은 '대한민국 국민'… 국기 경례도, 애국가 제창도 '감격'

입력 2024-08-13 20:50 수정 2024-08-14 10:1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14 1면

재외동포 34명, 한국이민사박물관서 국적증서 수여식

산업화 시기 이민자들이 대부분
'복수국적' 허용후 고국행 잇따라
지난해 인천출입국 관할서 32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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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중구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13일 열린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식'을 마친 한국 국적 취득 예정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8.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다시 한국 국적을 얻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도, 애국가 제창도 익숙했다. 고국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수십년을 살았지만,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은 변하지 않았다.



13일 오후 인천 중구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한국 국적 회복 예정자가 참여하는 국적증서 수여식이 열렸다. 이날 국적증서를 받은 사람 대부분은 1970~1980년대 산업화 시기 이민을 떠났다가 약 반세기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재외동포들이다.

 

지성진(68)·이현숙(70) 부부도 이 같은 사연이 있다. 부부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각각 1978년, 1985년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새로운 땅에 정착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자신을 써준다는 곳만 있다면 가리지 않고 일했고,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후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다. 그러다 은퇴 후 고국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이씨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모여 놀던 추억이 항상 그리웠다. 미국에 간 사이 친구들과 많이 단절됐다"며 "고국에 돌아왔으니 친구들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위들이 전부 외국 사람인데, 장모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법무부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은 이날 지씨 부부 등 34명(미국 25명, 캐나다 5명, 뉴질랜드 2명, 스위스 1명, 호주 1명)에게 국적증서를 수여했다. 증서를 받은 이들은 밝은 미소를 지었고, 가족 등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국적 회복을 축하했다.

지난 2010년까지는 재외동포 등이 한국 국적을 회복하려면 보유하고 있는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 2011년부터 만 65세 이상 재외동포가 한국 영주를 희망하는 경우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불행사하겠다는 서약을 전제로 복수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국적법이 개정됐다.

이에 고국의 문을 두드리는 이민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인천출입국·외국인청 관할 지역(인천·김포·부천)에서만 321명이 국적을 회복했다. 전국적으로는 4천204명에 달한다.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은 이민자들의 상징성을 고려해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이날 행사 장소로 정했다. 그동안 자체적으로 국적증서 수여식을 진행하다 올해 처음으로 외부에서 행사를 연 것이다.

2008년 6월 개관한 한국이민사박물관은 1902년 12월 제물포(인천항)에서 출발한 한국 최초의 이민자들이 당도한 하와이 이민 역사를 주로 전시하고 있다.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은 앞으로도 의미 있는 장소를 발굴해 국적증서 수여식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식
13일 오후 인천시 중구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한국 국적 취득 예정자들이 국민선서를 하고 있다. 2024.8.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날 행사는 한국 이민사 소개, 국민의례, 국민선서, 국적증서 수여, 소감 발표, 기념사진 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국민선서 대표자로 나선 김종구(72)씨는 "다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해 너무 기쁘고 감회가 새롭다"며 "앞으로 국가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송소영 인천출입국·외국인청장은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한국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 다시 구성원이 된 것에 대해 큰 박수를 보낸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 발전에 크게 기여해달라"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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