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한 사찰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유산이 소실됐다.
13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중구 용동 능인사. 법당 내부는 불에 타 검게 그을린 잔해들로 이전의 형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날인 12일 오후 11시54분께 이 사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법당 내부와 인천시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현왕탱화'가 불에 타 소실됐다.
능인사에는 인천 유형문화유산 61호 '신중탱화'와 인천 문화유산자료 24호 '현왕탱화'가 있다. 신중탱화는 화재 영향으로 그을렸지만, 복원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능인사 주지 스님인 현화 스님은 "오래된 전선에서 불이 시작된 것 같다"며 "잠을 자고 있는데 매캐한 냄새가 나 법당으로 향해 보니 연기가 자욱했고 불길이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까지 번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법당 복구까지 한참 걸릴 것 같다"며 "문화재인 현왕탱화가 소실돼 안타깝다"고 했다.
능인사 자리는 한국 최초 미술사가인 우현 고유섭(1905~1944)이 거주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고유섭은 보성고보 3학년 때 이곳으로 이사한다. 현재는 사찰이 운영되고 있지만, 당시엔 주택이었다. 이곳에서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하기도 했다.
고유섭이 1925년에 쓴 시 '성당'은 이 집 창문으로 보이는 답동성당의 정경이다. 지금은 새로 지은 건물에 가려 능인사에서 답동성당이 보이지 않지만, 살짝 옆으로 비켜서면 성당의 첨탑을 볼 수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법당에서 불이 시작됐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