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역에 번진 '이슬람 난민 추방' 시위
사건 중심에 이분법적 '정통 vs 이단' 현현
韓거주 외국인 250만명… 멸시·차별 여전
"다르다고 공격하면 피해 부메랑" 새겨야
정통과 이단이 만나는 곳에 갈등과 폭력이 일어난다. 정통의 입장에서 이단(異端)은 정통과 다른(異, 이) 끝(端, 단)에 서 있는 사람들이고, 이단의 입장에서 정통은 바르고(正) 전통(統, 통)이라는 착각에 빠져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시작되어 영국 전역으로 확산한 백인 극우주의자들의 이슬람 난민 추방 시위도 정통과 이단이라는 충돌이다. 르완다 기독교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17살 영국 청년이 어린이 댄스 교실에 흉기를 들고 난입하여 어린아이 3명을 숨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문제는 그 청년이 이슬람 난민이라는 가짜뉴스였다. 가짜뉴스는 순식간에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펴졌고, 영국 전역에서 백인 극우주의자들의 난민 추방 폭력으로 이어졌다. 경찰차가 불타고, 유색인종의 차를 부수는 장면이 TV에서 연일 방송되었다.
마침 영국에 머물던 필자에게도 시위가 벌어지는 지역은 가지 말라는 메시지가 왔고 집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시위대가 목표로 삼은 런던 월섬스토(Walthamstow) 지역이나 시내 중심의 시위 예상 지역에 수만명의 폭력 반대 시민들이 운집하여 더 큰 사건으로 번지지 않았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정통과 이단 논쟁이 있다. 기독교는 정통이고 이슬람은 이단, 백인은 정통이고 유색인종은 이단, 영국인은 정통이고 난민들은 이단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이다. 파키스탄이나 인도 등지에서 영국으로 들어온 무슬림 난민, 이민자들은 이번 폭동을 주도한 영국 백인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이단이다. 자기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고, 기독교 윤리에 대항하는 이단 집단이다. 여자들은 모두 히잡을 쓰고 다니고, 자기들만의 상권을 형성하여 거래하고, 아이를 많이 낳아 영국의 복지를 독식하는 용서할 수 없는 이단이라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자리와 주택은 부족하고, 주택가격과 물가는 치솟고, 도둑과 폭력으로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는 영국에서, 그 원인은 모두 이민자, 난민, 이슬람, 무슬림에 있다는 생각이 보수 백인들의 감정을 폭발시킨 것이다. 지금은 영국 정부의 강력한 처벌과 시민들의 반대 시위로 잠잠해졌지만, 이 소강상태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 필자가 영국에서 직접 목격한 정통과 이단의 갈등이 한국에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50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인들이 꺼리는 일을 하고 있다. 농어촌에서 부족한 노동 인력이나 건설, 식당, 요양원에 이르기까지 외국인이 없으면 도저히 유지하지 못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가사 관리 돌봄 인력이 들어와 어린아이와 노인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시각 역시 정통과 이단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단에 대한 한국인의 차별과 멸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경제가 침체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한국인이라는 정통의 갑옷을 입고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단을 향해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잠재된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도 이단에 대한 문제가 심각했다. 외부에서 들어 온 사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경계와 멸시가 존재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이단이라고 공격한다면(攻乎異端, 공호이단),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격한 사람에게 돌아올 것이다(斯害也已, 사해야이)." 이단에 대한 공격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공격한 자에게 돌아올 것이란 공자의 경고다. 정통과 이단은 영원하지 않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이단과 정통은 자리를 바꾼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단을 공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는 공자의 경고를 귀 기울여 들을 때이다.
/박재희 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
사건 중심에 이분법적 '정통 vs 이단' 현현
韓거주 외국인 250만명… 멸시·차별 여전
"다르다고 공격하면 피해 부메랑" 새겨야
박재희 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 |
최근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시작되어 영국 전역으로 확산한 백인 극우주의자들의 이슬람 난민 추방 시위도 정통과 이단이라는 충돌이다. 르완다 기독교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17살 영국 청년이 어린이 댄스 교실에 흉기를 들고 난입하여 어린아이 3명을 숨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문제는 그 청년이 이슬람 난민이라는 가짜뉴스였다. 가짜뉴스는 순식간에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펴졌고, 영국 전역에서 백인 극우주의자들의 난민 추방 폭력으로 이어졌다. 경찰차가 불타고, 유색인종의 차를 부수는 장면이 TV에서 연일 방송되었다.
마침 영국에 머물던 필자에게도 시위가 벌어지는 지역은 가지 말라는 메시지가 왔고 집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시위대가 목표로 삼은 런던 월섬스토(Walthamstow) 지역이나 시내 중심의 시위 예상 지역에 수만명의 폭력 반대 시민들이 운집하여 더 큰 사건으로 번지지 않았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정통과 이단 논쟁이 있다. 기독교는 정통이고 이슬람은 이단, 백인은 정통이고 유색인종은 이단, 영국인은 정통이고 난민들은 이단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이다. 파키스탄이나 인도 등지에서 영국으로 들어온 무슬림 난민, 이민자들은 이번 폭동을 주도한 영국 백인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이단이다. 자기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고, 기독교 윤리에 대항하는 이단 집단이다. 여자들은 모두 히잡을 쓰고 다니고, 자기들만의 상권을 형성하여 거래하고, 아이를 많이 낳아 영국의 복지를 독식하는 용서할 수 없는 이단이라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자리와 주택은 부족하고, 주택가격과 물가는 치솟고, 도둑과 폭력으로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는 영국에서, 그 원인은 모두 이민자, 난민, 이슬람, 무슬림에 있다는 생각이 보수 백인들의 감정을 폭발시킨 것이다. 지금은 영국 정부의 강력한 처벌과 시민들의 반대 시위로 잠잠해졌지만, 이 소강상태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 필자가 영국에서 직접 목격한 정통과 이단의 갈등이 한국에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50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인들이 꺼리는 일을 하고 있다. 농어촌에서 부족한 노동 인력이나 건설, 식당, 요양원에 이르기까지 외국인이 없으면 도저히 유지하지 못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가사 관리 돌봄 인력이 들어와 어린아이와 노인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시각 역시 정통과 이단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단에 대한 한국인의 차별과 멸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경제가 침체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한국인이라는 정통의 갑옷을 입고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단을 향해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잠재된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도 이단에 대한 문제가 심각했다. 외부에서 들어 온 사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경계와 멸시가 존재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이단이라고 공격한다면(攻乎異端, 공호이단),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격한 사람에게 돌아올 것이다(斯害也已, 사해야이)." 이단에 대한 공격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공격한 자에게 돌아올 것이란 공자의 경고다. 정통과 이단은 영원하지 않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이단과 정통은 자리를 바꾼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단을 공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는 공자의 경고를 귀 기울여 들을 때이다.
/박재희 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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