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 고립·은둔 전국 61만명 추정"

입력 2024-08-15 20:3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16 3면

제446회 새얼아침대화… 김만권 '디지털시대 능력주의·외로움'

목표집단 못 속하면 '패배자' 규정
문제 해결위해 '전세대 돌봄' 필요


사본 -정치철학자 김만권
제446회 새얼아침대화 강연자로 나선 김만권 정치철학자는 "청년들의 고립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2024.8.14 /새얼문화재단 제공

"서울 청년 4.5%가 고립·은둔 상태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61만명에 이릅니다."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 주최로 지난 14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제446회 새얼아침대화에서 '외로움의 습격' 저자이자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인 김만권 정치철학자가 '디지털 시대의 능력주의, 그리고 외로움'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청년 세대의 고립이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 됐다고 진단했다. 세계적으로 '외로움의 확산'은 주요 화두다. 2018년 영국은 '외로움 차관'을 임명해 전 세계 관심을 받았으며, 2021년 일본은 '고독부'를 신설했다. 서울시도 고독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 신설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6개월 이상 외출을 거의 하지 않은 20·30대 시민을 은둔청년으로 분류해 지원한다.

김 교수는 "자기가 목표로 하는 집단에 속하지 못하는 경우 자신을 패배자로 규정하고,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로움을 바탕으로 한 은둔·고립이 현대 사회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 예로 '외로움' '실업'이라는 단어가 태동한 시기가 17세기 이후라는 점을 들었다.

김 교수는 "1차 산업혁명 이후 늘어나는 인구수를 일자리가 따라가지 못했고, 이때 실업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며 "이후 실업이라는 개념은 일반화됐다"고 설명했다.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실업으로 인해 '대중(mass)'이라는 단어가 태어났다고 했다. 실업자는 '고향으로부터 뿌리 뽑히고 쓸모 없어진 사람들'이었고, 실업으로 인해 외로워진 대규모 집단을 '대중'이라고 정의했다. 한나 아렌트는 대중에 대해 '정상적 관계가 결여된 이들'이라고 했다.

이 관계의 결여는 고립·은둔이라는 형태로 이어진다는 것이 김 교수 진단이다. 그는 "디지털 기술과 능력주의가 만나면서 양극화는 더욱 빠르게 늘고 있고, 고립과 외로움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청년 세대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고립과 외로움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대의 돌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과거 돌봄은 어린 아이들을 양육하는 개념이었지만, 지금은 돌봄이야말로 고립된 개인과 사회를 지키는 활동"이라고 했다.

또 "우리 사회는 고립·은둔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며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고립·은둔을 벗어나게 하는 전 세대 돌봄은 개인이 아닌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활동"이라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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