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뒤 돌변?… 개발시행사들 '학교 설립 뒷전'

입력 2024-08-19 20:12 수정 2024-08-19 20:2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20 7면
오산 5개 시행사 '미온적 태도'
공장 인근 부지 제안후 제자리
이천선 입주 앞두고 "비용 과도"
기부채납 보류에 모듈러 교실만
"지킬수 있는 범위서 제안해야"

경기도 내 아파트 개발 현장 곳곳에서 사업시행자들이 학교 설립은 뒷전으로 미루는 양상이 반복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아파트 입주가 임박했음에도 학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까지 발생, 교육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일 화성오산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오산시 내삼미동·외삼미동·양산동 일대 아파트 개발을 앞두고 교육지원청과 사업시행자 간 학교 설립에 관한 첫 협의가 시작됐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이곳 일대에 중학교 신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학교 설립 논의를 이어갔으나, 이후 사업시행자들은 소규모 공장 부지 일대를 학교 부지로 제안하는 등 학교 설립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학교 부지 선정을 놓고 5개 사업시행자가 합의를 이루지 못해 현재까지 학교 용지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학교용지법에 따라 300세대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자는 추진계획에 학교 용지 조성·개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 해당 교육지원청으로부터 학교 용지로 적합하다는 의견을 받지 못하면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공장 부지 일대를 학교 용지로 제안한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사업시행자 쪽에서 학교 용지에 알맞은 부지를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도 제안이 오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천시 백사면 일대 아파트 개발 현장 역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2021년 이천교육지원청은 이곳 개발사업시행자와 인근 도지초·백사중을 증축하는 내용의 기부채납 협약을 체결했고, 이후 사업시행자는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사업시행자는 지난해 기부채납 비용이 과도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돌연 학교 증축을 보류, 현재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세대 입주를 앞두고 임시방편으로 도지초·백사중에 조립식 건물의 일종인 모듈러 교실을 만든 게 고작이다.

이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최근에 도교육청, 시행자 측과 학교 증축 문제를 협의했고 시행자는 내부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며 "늘어나는 학생을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 협약대로 학교를 증축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개발사업시행자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홍수 한국교육환경보호원 교육환경평가팀장은 "사업시행자들은 개발이익도 좋지만 학교 설립 요인이 발생할 경우 해당 교육지원청과 원활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며 "학교 관련 기부채납 등의 조건을 제안할 때는 자신들이 지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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