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환 계양구청장과 구민 대표들이 지난달 1일 인천시청 앞에서 열린 북부권 문화예술회관 유치 촉구를 위한 계양구민 궐기대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4.7.1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
인천시가 신설 '인천 북부권 문화예술회관'을 1천석 이상의 대규모가 아닌 중규모 공연장으로 축소하자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당초 신축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안에 서구와 계양구 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형 무대 인프라로 지역 문화 활성화를 기대했던 문화예술계도 문화정책의 기본 철학이 없다며 질타했다.
연구용역을 진행한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은 문화예술회관을 중공연장 기준인 900석 규모로 건립해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천200석 규모는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서구·계양구 외에 당초 건립 대상지가 아니었던 중구 영종이 포함된 것도 갑론을박이다.
인천시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검단·계양·영종에 300~700석 규모 문화예술회관 건립 비용의 50%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문화예술회관 건립·관리 주체도 시청(시립)에서 구청(구립)으로 변경돼, 건축비 절반에 관리·운영비까지 구가 떠안게 된다. 인천 북부권에 1천석 이상 규모로 광역문화예술회관을 짓겠다는 계획이 완전히 뒤집어진 셈이다.
서구와 계양구는 시립 문예회관 유치하려 전면전을 벌여왔다. 윤환 계양구청장은 삭발식까지 감행했고, 강범석 서구청장은 토론을 제안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1년 가까이 기다려온 결론치고는 허망하다. "국제적인 관광명소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지 동네 공연장을 지어달라고 한 것이 아니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올 법하다. 아무리 서구와 계양구에 인센티브(특별교부세)를 주겠다고 해도 시가 지역 안배를 신경 쓰느라 문예회관 신축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인천지역에는 광역 문화예술회관 4곳, 기초 문화예술회관 8곳이 운영 중이다. 이미 600~700석 규모의 공연을 소화할 곳은 충분하다. 하지만 현재 대중적인 공연이 오를 수 있는 무대는 1천300석 규모의 인천문화예술회관이 사실상 전부다. 송도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은 1천700석이지만 클래식 콘서트 전용 공연장이어서 뮤지컬과 같은 대중성 높은 공연을 올리기는 적합하지 않다. 1천700석을 수익 마지노선으로 보는 공연 업계들도 중·소규모 공연장은 외면하는 게 현실이다.
지역 주민들의 문화 갈증을 풀어줄 대규모 공연장 확보를 위해 시와 구가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시의 발표대로 중규모 공연장 3곳 더 짓는다고 서울로 향하던 인천 관객들의 발길을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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