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 '가석초 배정' 조건부 동의
화물차 오가는 나들목 횡단보도 위험
경사 15% 언덕길 200m 성인도 벅차
저학년은 꼬박 30분 걸어야 정문앞
지난 19일 루원시티 상업3블록에서 가석초등학교로 가는 길은 위험 요소로 가득했다. 경인고속도로 진입 구간인 서인천 나들목 횡단보도를 건너고(사진), 길이 200m의 급경사 언덕을 넘어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 2024.8.19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
인천 서구 루원시티에서 상업3블록(약 2천500㎡) 오피스텔 건축허가를 앞두고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반발이 거세다. 1천145실 규모의 오피스텔이 입주하게 되면 학령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학교 신설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본래 이 땅은 학교용지로 계획됐지만 루원시티 사업시행자인 인천시·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016년 상업용지로 용도를 변경해 민간에 팔았다.
서구의 건축허가를 앞두고 인천시교육청은 상업3블록에 살게 될 아이들은 직선거리 기준 300m의 봉수초가 아닌 800m 떨어져 있는 가석초로 배정하는 '조건부 동의' 의사를 밝혔다.
상업3블록 아이들이 다녀야 하는 등굣길은 어떨까. 지난 19일 오후 2시께 등굣길을 걸어 봤다. 도저히 아이들이 다닐 만한 길이 아니었다.
스마트폰 지도 앱으로 본 상업3블록~가석초 도보 이동거리는 1㎞, 소요 시간은 20분이었다. 상업3블록에서 출발해 인천대로에서 경인고속도로로 이어지는 고가도로 하부까지 100m 정도 걸으니 경인고속도로 서인천 나들목이 나왔다.
전면에는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화물차량이, 오른편에는 인천대로를 통해 루원시티를 오가는 차량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서인천 나들목의 횡단보도는 성인도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지 않으면 건너기 힘들 정도로 위험했다.
지난 19일 루원시티 상업3블록에서 가석초등학교로 가는 길은 위험 요소로 가득했다. 경인고속도로 진입 구간인 서인천 나들목 횡단보도를 건너고, 길이 200m의 급경사 언덕을 넘어야(사진) 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 2024.8.19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
횡단보도를 건너면 언덕길이 시작된다. 언덕 길이는 약 200m, 경사도는 15%(각도 8.5도)에 달한다. 휠체어 이용자가 자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사도는 8% 이하, 자전거가 편하게 달릴 수 있는 경사도는 5% 이하 정도인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가파른 길이다. 성인 남성이 걸어도 숨이 차는 이 언덕을 초등학생이 가방을 메고 매일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겨울철에는 눈길과 빙판으로 인한 낙상사고 위험도 높아 보였다.
언덕길을 다 올라도 등굣길은 끝나지 않았다. 약 600m 더 걸어 가석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급경사의 언덕을 올라오며 온몸이 땀에 젖어 발걸음이 무거웠다. 30℃를 훌쩍 넘는 무더위 탓인지 가석초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예상(20분)을 3~4분 초과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다면 30분 이상을 걸어야 했을 거리였다.
반면 루원시티 상업3블록에서 봉수초까지 도보 이동거리는 10분이 채 안 걸렸다. 상업3블록 바로 옆 아파트 단지는 모두 봉수초를 통학구역으로 해 10분 내 통학이 가능하다. 루원시티 내에서 상업3블록 오피스텔에 거주하게 될 아이들만 20분 이상을 걸어 가석초까지 통학해야 한다.
인천시교육청은 도시개발에 따라 통학구역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상업3블록 오피스텔에서 늘어나는 학생을 봉수초에 배치하게 되면 과밀학급이 우려돼 가석초로 통학구역을 조정하기로 했다"며 "가석초 통학 안전 대책 마련을 조건으로 오피스텔 건축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 위치도 참조
→ 관련기사 (루원시티 상업3블록 학령인구 증가… 인천시·시교육청이 해결책 찾아야)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