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쏟아붓고 텅텅… 문 못여는 평택 물류센터

입력 2024-08-22 20:33 수정 2024-08-22 20:37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23 5면
청북읍 시설 1년 가까이 방치만
시행사-시공사, 공사분쟁 원인
"준공시점 연기… PF 상환 실패"
'대출 지급보증' 약정 양측 이견


2천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평택의 한 대형 물류센터가 1년 가까이 제 기능을 못한 채 덩그러니 방치돼 있다. 당초 준공 목표를 넘겨 공사가 지연된 부분의 책임을 놓고 시행사와 시공사가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핵심 원인이다.

22일 시행사 R사와 시공사 P사에 따르면 R사는 평택시 청북읍 일원에 총 사업면적 6만7천652㎡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 위해 지난 2021년 국내 굴지의 대형건설사 P사에 시공을 맡기는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공사가 1년가량 지연되면서 지난해 2월 목표로 했던 준공 시점은 올해 2월로 늦춰졌다.



문제는 R사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만기 상환일인 지난 3월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면서 발생했다. R사는 공사 지연으로 대출 만기일을 고작 한 달 앞두고서야 공사가 마무리된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물류센터에 입주할 임차인을 모집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PF 상환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출 지급 보증을 섰던 P사는 대출금 상환이 안 될 경우 시공사가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의 대주(대출금을 빌려준 금융기관), 시행사, 시공사 간 대출 약정에 따라 1천250억원에 달하는 PF 대출금을 대신 상환하면서 양측간 갈등은 본격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후 P사가 R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P사는 R사가 대출 담보로 제공한 회사 주식 소유권을 가져오기 위해 지난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R사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 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시행사 측은 공사 지연의 책임이 전적으로 시공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소유권 행사 등 P사의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대기업의 횡포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R사 관계자는 "이 사업을 위해 인허가 등의 절차에만 9년이라는 시간을 들이며 준비해 왔지만, 공사가 늦어지면서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며 "하루빨리 임차인을 모집해 밀린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시공사는 문제의 원인을 제공해놓고 오히려 회사를 빼앗아가겠다고 하니 너무 황당하고 억울한 상황"이라고 분개했다.

반면 P사는 물류시장의 급격한 시장 악화와 시행사의 수요 예측 실패 등으로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 손실을 본 프로젝트라는 입장을 밝히며 의도적 공사 지연은 없었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P사 관계자는 "사실상 공사는 지난해 8월 거의 끝냈음에도 시행사의 몫인 진입도로 확보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공사가 늦어졌고, 공사 미수금과 PF 대출금 등 이미 수천억 원의 손해를 봤다"며 "경영권 쟁취가 아닌 정당한 담보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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