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 맥줏집 사진
인천의 한 문화예술인이 기자에게 항의하며 보낸 인천아트플랫폼 맥줏집 사진. /독자 제공
 

인천시의 문화행정에 대한 문화계의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인천시가 예술인들의 커뮤니티공간이었던 '인천서점' 자리에 맥줏집을 유치한 사실을 확인한 문화계는 이 사업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른바 '개항장뮤직갤러리'라는 이 사업장에는 음악공연이 가능한 무대가 설치되며 개항로를 주제로 한 버스킹 공연 등의 연계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주류판매업소이다. 공공문화시설에 청소년 입장이 불가능한 주점을 입점케 한 발상을 납득하기 어렵다.


개항장 문화지구 일대 상인들도 동요하고 있다. 신포동 일대에는 카페와 주점이 이미 포화상태이다. 인천시가 특정 주점 운영을 지원한다면 주변 상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신포동 주변 소상공인들이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뮤직갤러리'의 광고물 크기나 도안이나 문구도 충격적이다. 2층 높이의 건물 외벽 전체를 '인천맥주'와 '호랑이'라는 붉은색 글씨로 뒤덮고 있다. 문화계는 개항장문화지구 경관을 훼손한다고 비판한다.

예술창작지원공간인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제도를 갑자기 중단하고 레트로 카페나 관광테마거리로 조성하려는 인천시의 계획에 대해 문화계는 문화공간의 상업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을 여러차례 제기했다. 문화시설과 문화기관을 장악하여 사실상 직영화한 결과이다. 문화행정이 문화예술과 직원의 아이디어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다. 문화계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문화기관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심각히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아트플랫폼과 같은 창작지원공간이 문화생태계에서 하는 역할이나 기능은 안중에 없다.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단기적 성과를 내기 어렵게되자 아트플랫폼 활용에 집착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문화공간을 상업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은 그나마 형성해온 문화생태계를 인천시가 스스로 무너뜨리는 문화적 자해행위이다. 최근 북부문예회관 건립계획 백지화 등 잇달아 발생하는 인천시의 문화행정의 난맥상은 심각하다. 근본적으로 바로잡지 않으면 회복하기 힘든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인천문화재단도 수수방관하면 안된다. 재단이 인천시가 요구한 사항을 집행하는 '에이전시'에 불과하다면 시민들은 문화재단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문화행정 전반에 대한 방향을 새로 설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