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건물 전체로 불길 번지지 않았지만
유독가스 퍼지며 다수의 인명피해 발생
7명 사망… 에어매트로 뛴 두명도 숨져
2003년 완공 당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없어
노후 고층 건물들 ‘화재 취약’ 지적받는 이유
경찰 “합동 감식·관계자 조사, 경위 밝힐 것”
22일 저녁 7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 다수가 발생한 ‘부천 원미구 호텔 화재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은 호텔에서 연기와 불꽃이 치솟고 이내 아비규환이 된 현장 상황을 전하며 참담함을 금하지 못했다.
지역 주민 김경모씨는 화재가 막 발생한 22일 오후 7시40분께 집으로 귀가하면서 불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호텔에서 연기가 난다고 누군가 소리쳐 호텔 쪽을 바라보니 연기 쏟아져 나왔고 불꽃이 번졌다”며 “이후 사이렌 소리가 울린 뒤 호텔 주변으로 사고통제선이 쳐졌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주민 남모(67)씨는 “호텔 주변이 번화가라 사람이 많고, 관광을 오는 외국인들이 호텔에 자주 묵는 것으로 알고 있어 외국인들 여럿이 급히 대피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22일 오후 7시39분께 부천시 원미구 중동 소재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투숙객 남성 4명, 여성 3명 등 7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모두 내국인으로 확인됐으며 이들 중 2명은 소방이 1층 외부에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이외에도 12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소방당국은 목격자들의 증언처럼 불이 시작된 8층을 중심으로 연기가 삽시간에 퍼진 것이 다수의 인명피해를 낳은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날 불길은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 않았지만, 연기로 인해 급속히 유독가스가 퍼져 투숙객들이 질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날 사상자는 연기를 피하지 못하고 대부분 발화 지점과 가까운 호텔 8~9층 객실과 계단·복도 등에서 발견됐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소방대원들이 선착했을 때 이미 (호텔 건물) 내부에 연기가 가득 차 있었고 창문으로 분출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화재 조기 차단의 기본 장치인 스프링클러가 호텔 객실 등 내부에 설치되지 않은 점도 인명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방당국은 해당 호텔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며 “2003년 호텔 건축 완공 당시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스프링클러는 관련법 개정으로 2017년부터 6층 이상 신축건물에 설치하도록 의무화됐지만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스프링클러가 없을 가능성이 큰 노후 고층 건물이 화재 취약시설로 지적받는 이유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유관기관과 함께 현장 정밀 감식 등을 통해 구체적인 화재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호텔 업주 등 관계자 조사를 통해 안내방송과 대피 유도가 적절히 이뤄졌는지, 스프링클러 외에 화재 설비가 갖춰졌는지도 살필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합동 감식과 관계자 조사를 통해 화재 경위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