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구역' 밟은 시민들 "CRC 의미·가치 보존되길"

입력 2024-08-25 18:52 수정 2024-08-25 18:5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26 9면
의정부시-국방부 허가 '시민 탐방'
벙커·극장 등 규모·보존상태 놀라
안보의 역사… 60여개 존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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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미군반환공여지 시민참여위원회 활동으로 CRC(캠프 레드클라우드) 탐방에 참여한 시민들이 과거 미군주둔시 학교로 쓰였던 건물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2024.8.23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이 넓은 땅과 멀쩡한 건축물들이 이렇게 활용되지 못하고 수년째 방치돼 있다는 게 너무 아깝네요. 나중에 개발할 건 개발하더라도 CRC(캠프 레드클라우드)가 갖는 의미와 가치가 잘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2019년 미군 철수 후 폐쇄된 CRC를 시민들이 방문해 남아있는 내부 건축물을 둘러보는 활동이 지난 23일 진행됐다. 이날 활동은 '미군반환공여지 시민참여위원회'가 국방부와 시의 방문 허가를 받아 이뤄졌다.



탐방에 참여한 시민들은 그동안 높은 담장과 철창으로 가로막혀 있던 CRC 내부를 살펴본다는데 기대감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20대 청년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시민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를 걸으며 열정을 빛냈다.

시민들은 의정부시 도시디자인담당관 소속 백종규 팀장의 인솔로 수풀이 우거진 CRC 내 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지하 거대 벙커와 미군 사령관들의 자녀가 다녔던 교육시설, 극장, 체육시설 등을 차례로 둘러본 시민들은 그 규모에 놀라고 깨끗한 보존 상태에 다시 한번 놀라는 모습이었다.

간결하고 직각인 미국식 건축의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CRC 내 건물들은 최소 5~6년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미군 주둔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진 지하벙커는 지금도 대량살상 무기를 방어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골조를 자랑했다.

그러나 근현대사적 중요성과 활용가치에도 불구에도 CRC에 있는 대다수 건축물은 철거될 가능성이 높다. 관련법상 CRC를 활용하려면 국방부가 그 전에 지하 매설물과 위험물, 토양 오염물 등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는 한미 안보의 대표적 역사 현장인 CRC를 보존하기 위해 국방부에 오염정화사업 전 존치를 바라는 건축물의 목록을 제출하기로 했다. 현재 CRC 전체 부지 66만㎡에는 약 230개의 건물이 남아있는데, 이 중 60여 개 건물이 존치 희망 대상이다.

시는 국방부에 목록을 건네기 전인 오는 29일 시청 대강당에서 설명회를 열고 시민 의견을 청취한다. 탐방을 다녀온 시민들은 이 설명회에서 CRC를 직접 본 느낌과 의견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최경호 미군반환공여지 시민참여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우리 동네에 있지만 들어갈 수도 없고 사용할 수도 없는 '금단의 땅'을 시민들이 밟았다는 점에서 이번 탐방활동은 의미가 깊다"면서 "CRC가 빠르게 시민 품으로 돌아와 미래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쓰일 수 있도록, 또 그 과정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론장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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