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사망자 7명 중 2명이 7층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지자 에어매트의 기능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사진은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 화재 현장에서 남녀 투숙객이 추락 한 뒤 뒤집혀 있는 에어매트. 2024.8.23 /연합뉴스 |
사망 7명·부상 12명의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 원인의 본격적인 조사를 위해 수사본부가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격상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시신 부검 결과 5명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 2명은 추락에 따른 사망으로 각각 추정된다. 자세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확인되겠지만 이번 화재가 건축물의 각종 시설과 구조상의 문제점에다 소방당국의 구명·구난 태세 허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진 참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04년에 준공된 노후한 호텔은 스프링클러 시설을 갖추지 않아 화재의 초기 진압이 불가능했다. 2017년 개정된 건축소방법에 따라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은 반드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호텔은 2004년에 준공됐기 때문에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8층의 한 객실에서 불이 나자 이내 검은 연기가 열린 문을 빠져나와 좁은 복도를 따라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을 덮쳤을 것이다. 국과수 부검에서 나타난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자들, 즉 연기를 마셔 질식한 이들의 시신은 호텔 8~9층 객실 내부·복도·계단에서 발견됐다. 대피하던 중에, 일부는 대피조차 시도하지 못한 채 방에 갇혀있다 쓰러진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더한다.
소방당국이 설치한 최후의 구명·구난 장치인 에어매트에 뛰어내린 2명의 투숙객이 숨진 상황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호텔 8층에서 2명의 투숙객이 3초 간격을 두고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는데 첫 번째 낙하 때 에어매트가 뒤집혔다. 그 바람에 뒤이어 뛰어내린 투숙객은 매트를 스친 뒤 바닥으로 떨어졌다. 적정 사용기한을 넘긴 노후 에어매트라는 점, 펼쳐진 에어매트가 첫 번째 낙하를 받아주지 못하고 뒤집혀버린 점, 안전 낙하를 유도하는 현장지휘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점 등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객실 에어컨에서 발생한 전기적 이상이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 CCTV 등 현장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원인 규명에는 그리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부실한 에어매트 설치와 현장관리 등이 더 큰 사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유사 재난의 재발을 방지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규명할 것은 규명하고, 시간을 요하는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시간을 갖고 조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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