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인천의 ‘외면’과 ‘내면’ 풍경
각종 사진·자료와 예술 작품 교차해
중구, 송도유원지, 소래포구, 부평 등
확장하는 도시의 변화상도 한눈에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이 진행 중인 기획 전시 ‘벽해상전(碧海桑) : 인천 근현대 풍경’은 사진과 각종 자료를 통해 본 근대 도시 인천의 ‘외면’(外面)과 이를 시·소설·회화 등 예술 작품으로 만든 ‘내면’(內面)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전시는 인천항, 인천역, 월미도, 인천차이나타운과 개항장 등 중구 일대, 문학동·학익동, 송도유원지, 소래포구, 부평(일본육군조병창과 애스컴시티) 등의 근대 이미지를 선보인다. 기존 인천의 근대 이미지가 중구 일대로 치우쳐 있었다면, 이번 전시는 인천의 도시 확장에 따라 변화하는 지역을 포함했다.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실 1층은 해안 지역 풍경을 상징하는 ‘벽해’, 2층은 변화하는 도심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전’으로 구성했다.
1층 전시실은 제물포가 개항 이후 인천항으로 탈바꿈하고, 경인철도와 인천역 건설로 근대 도시 모습을 비로소 갖추게 되면서, ‘환락’의 관광지로 개발된 월미도로 향하는 과정을 쫓는다. 그때 인천은 김소월, 김기림, 박팔양 같은 당대의 ‘모더니스트’들이 주목한 도시다. ‘모닥불의 붉음을 / 죽음보다도 더 사랑하는 금벌레처럼 / 기차는 / 노을이 타는 서쪽하눌 밑으로 빨려갑니다’라고 읊은 김기림의 시 ‘길에서(제물포풍경)-기차’ 같은 문학 작품들을 인천역 등 근대 이미지와 함께 펼쳤다.
‘모던 인천’의 어두운 풍경도 소개된다. 김말봉은 1935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소설 ‘밀림-전장’에서 인천 축항 공사를 “산지옥”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당시 신문에 실린 해당 소설 삽화에는 축항 노동자들의 고단한 모습이 묘사되기도 했다. 조탕으로 유명했던 월미도 풍경과 월미도를 다룬 문학 작품들도 다수 전시됐다. 인천역에서 월미도행를 오가는 셔틀(합승차)이 운행됐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한용운은 1938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소설 ‘박명’에서 월미도와 조탕의 당시 모습을 생생히 기록했다.
2층 전시실은 내륙 도심의 풍경들이다. 인천 1세대 화가 김영건을 비롯한 다수의 한·일 화가들이 인천차이나타운 풍경을 주목했다. 오원배 작가가 1970년대 그린 인천차이나타운, 현대로 와서 2020년 김진초 작가가 쓴 소설에서 묘사한 인천차이나타운 등 과거와 현재의 ‘내면 풍경’을 비교한다. 이번 전시는 상당수 과거 모습과 화가 고제민, 소설가 양진채 등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 작품에 묘사된 현재를 비교하는 전시물로 구성했다. 비교해보는 묘미가 쏠쏠하다.
미국 종군 화가가 그린 1945년 해방 직후 홍예문(혈문통) 풍경 그림(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 소장)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그림인 노희정의 ‘세월이 흘러간 소래철교’(1994년)와 이원규 소설 ‘포구의 황혼’(1987년 발표), 각종 옛 사진들로 소래포구의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다.
인천의 근대 도시 이미지를 망라했다. 작은 전시인 듯 보이지만, 각종 자료로 가득한 전시물을 일일이 살피면 한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 꼼꼼히 관람하길 권하는 전시다. 시민들이 소장한 옛 사진을 전시할 수 있는 ‘시민 참여 전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시는 11월10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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