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건립 세미나, 미술계 정책 비판 多
인천아트플랫폼 맥줏집 입점 등 지적 이어져
교수들 “예술대학 필요”, “사람이 곧 인프라”
“향토성뿐 아니라 탈중앙화 측면 ‘로컬’ 봐야”
인천시가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운영 방향성을 잡기 위해 지역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진행한 세미나에서 최근 현안 관련 예술 정책에 대한 비판이 다수 나왔다.
인천시는 2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시립미술관 건립 부지 내 옛 OCI 사옥에서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미술 담론’을 주제로 2차 전문가 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재업 인천예총 회장, 박진이 인천미술협회 부회장, 정평한 인천민예총 미술위원장, 차기율 인천대 교수, 이병수 인하대 교수, 이장원 인천가톨릭대 교수, 이보라 경인교대 교수, 류은규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교수, 인천문화재단 ‘2024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염지희 작가, 조경재 프로젝트 스페이스 코스모스 대표가 참석했다.
지역 미술단체를 대표해 나온 작가들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으로 2년 넘게 문을 닫고 있는 인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을 비롯한 공공 전시공간 부족 문제부터 지적했다.
박진이 인천미협 부회장은 “인천문예회관 리모델링이 길어지면서 작가들은 공공, 민간 등 전시공간을 찾아 전전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인천아트플랫폼에 맥줏집(8월21일자 1면 보도)이 생기면서 아트플랫폼의 기둥 하나가 부러진 것처럼 흉한 모습으로 바뀌는 등 공공 유휴공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평한 인천민예총 미술위원장은 “인천 미술인들에게 고향과도 같은 인천문예회관 전시장은 리모델링이 아닌 공연 연습 공간으로 쓰이고 있고, 인천아트플랫폼에는 흉칙한 술집이 간판을 내걸고 있는데, 어떻게 문화 인천을 꿈꿀 수 있겠는가”라며 “이미 갖고 있는 공간마저 전문적 성격을 띠지 못하는 시각으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시립미술관을 준비한다면 우려스럽다”고 했다.
예술인을 육성하는 지역 미대 교수들은 교육 인프라와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기율 인천대 교수는 “인천시는 전국 6개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예술대학이 없는 도시로, 교육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며 “지역 대학이 학생을 가르치고 지역 자산이 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하는데, 시립미술관조차 갖추지 않은 처지에 외국 음악대학 유치(추진)나 풍피두센터(프랑스 현대미술관) 분관 유치(추진)가 도대체 웬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차 교수는 “미대 교수조차 시립미술관 건립 관련 행정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보를 입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민을 설득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 전문가들을 참여시키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병수 인하대 교수는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작가들을 양성하는 기관이자 작가들 사이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커리어(경력)가 된 큰 성과이며, 이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에 대안공간이나 작가 스튜디오 등 클러스터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교수는 “시립미술관이 건립되더라도 인적 자원이 활동할 거점이 사라진다면 문제는 심각해지므로 (작가들이) 인천에서 영감을 받고 활동할 수 있는 장과 그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존중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인적 자원이 곧 인프라”라고 했다.
염지희 작가는 “기관과 프로그램 지원 사업이 주제를 제한하는 경향이 있어 작가들의 자율성과 자생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로컬’(지역)이란 함축적 용어도 주제를 제한하는 것 중 하나인데, ‘로컬’이라는 것이 향토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의미는 ‘탈중앙화’이므로 그러한 점에 집중해 지역을 바라봤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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