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람을 읽는 첨단장비, 날씨 예측 정확성 높인다

입력 2024-08-28 19:46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8-29 19면
연직바람관측장비, 대기 입체적 구조 파악
전국 15곳 운영 향후 18개소까지 확대 계획
10분 간격으로 제공… 태풍·해륙풍 등 분석
지상관측 어려운 현상들 상세히 분석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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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언 기상청장
"나는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흐름은 못 봤을 뿐이오. 시시각각 변하는 파동만 본 것이지. 바람을 봐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영화 '관상'에서 관상가인 주인공 김내경의 이 대사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깊은 통찰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러한 통찰은 기상학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김내경이 보았다는 '얼굴'은 '현재의 날씨'에 해당하고, 그가 보지 못했다는 '시대의 흐름'은 바람, 즉 '대기의 흐름'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지상의 날씨 변화와 상층 대기의 움직임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오랜 연구 결과, 상층의 대기 흐름이 지상의 고·저기압의 이동과 태풍 등 위험기상의 진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상층과 지상을 오가는 보이지 않는 대기의 흐름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날씨의 근간을 이루기에, 날씨 예보에서 대기의 흐름을 정확히 관측하고 분석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현대의 과학자들은 날씨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대기의 흐름을 읽어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기상기구 회원국들은 레윈존데라는 기상관측장비를 이용해 정해진 시간에 상층 대기의 흐름을 규칙적으로 관측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레윈존데는 풍선에 장착된 관측 기기를 하늘로 띄워 보내 대기 중의 바람·온도·습도·기압을 측정하는 장비다. 보통 하루에 2~4회 정해진 시간에 관측하며 최대 약 30㎞ 고도의 대기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레윈존데는 대기의 흐름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유익하지만, 하늘로 날려 보낸 관측센서는 회수할 수 없어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6시간 또는 12시간 간격으로 관측하므로 연속적인 데이터 수집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연속적으로 대기를 관측할 수 있는 연직바람관측장비다.

연직바람관측장비는 전자기파를 하늘로 쏴서 대기에서 산란돼 되돌아오는 전자기파 신호를 분석해 상층의 바람을 관측할 수 있는 첨단 원격기상장비다. 지상에서 약 10㎞까지의 고도에서 부는 수평바람과 수직바람 등을 10분 간격으로 연속 관측해 대기의 입체적 연직구조를 파악하는 데 활용되며, 수치모델의 입력 자료로 사용돼 수치모델 성능 향상에도 기여한다.

기상청은 2003년부터 연직바람관측장비를 설치했다. 현재는 전국 15개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18개소까지 관측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연직바람관측장비가 수집한 수평바람과 연직바람 자료는 10분 간격으로 제공되며, 온대저기압·한랭전선·태풍·해륙풍 등의 기상 분석에 활용된다. 특히, 전선의 바람 구조나 전선 부근의 바람 변화처럼 지상 관측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현상들을 상세히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항공기의 이착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급변풍과 같은 위험기상 현상을 분석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된다.

기상청은 이처럼 유용한 연직바람관측자료를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기상자료개방포털을 통해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연직바람관측장비는 대기의 입체적 구조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기상 예보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급변풍과 같은 위험한 기상을 사전에 감지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연직바람관측망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실시간 관측 자료를 다양하게 수집하려는 노력은 보다 정확한 기상 예보를 위한 필수 요소일 것이다.

기후변화로 날씨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직바람관측장비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생활 편의를 증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상청은 대기의 흐름을 읽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다.

/장동언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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