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1차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한 달 넘게 공회전을 거듭했던 한국지엠 노사가 2차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구체적인 미래 생산계획이 필요하다는 노조의 요구에 한국지엠 사측이 진전된 안을 내놓은 가운데 조합원 투표에서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지엠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지부)는 지난 30일 23차 교섭을 통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지난달 26일 1차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뒤 한 달여만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조합원 투표 부결 이후 3차례 교섭을 통해 수정안을 도출했다.
2차 잠정합의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임금과 성과급, 수당 등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잠정합의안 당시 사측 최종 제시안은 ▲기본급 10만1천원 인상 ▲타결 일시금 등 1천500만원 성과급 지급 ▲조립수당 2만원 인상 ▲안정적인 생산 물량 확보 방안 모색 등이었다. 2차 합의안에서는 성과급이 1천550만원으로 50만원 인상됐으며, 기본급과 조립 수당은 1차 합의안과 같았다.
임금과 성과급에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한국지엠지부가 사측 제시안을 받은 것은 미래 생산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최종 제시안의 ‘발전전망’ 항목에 신차 생산에 대한 시점을 명시했다. 현재 부평공장에서 생산 중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 계획이 종료되는 2027년 1분기에 현 차종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지엠은 지난 1차 합의안에 ‘제품 업그레이드를 진행한다’는 내용만 포함했는데, 2차 합의안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생산 시기를 못 박았다.
한국지엠은 23차 교섭에서 내년도 생산규모에 대한 계획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사측은 내년 생산물량 기준을 42만대로 설정하고,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협의해 추가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엠지부는 사측이 2차 합의안에 밝힌 2027년도 생산계획에 대해 생산 물량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섭이 이달을 넘겨 추석 연휴까지 이어질 경우 생산 차질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잠정 합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1조3천502억원)을 올린 성과를 고려하면 사측이 제시한 성과급이나 미래 생산계획은 만족할 수 없는 안”이라며 “다만 앞으로도 노사 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만큼 교섭을 마무리하고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한국지엠지부 조합원 투표는 다음 달 3~4일에 열릴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5~26일 열린 1차 잠정합의안 조합원 투표에서는 6천609명이 참여한 가운데 3천441명(52.1%)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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