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사기당한 고려인 상담 봉사… 이젠 운명인듯"


인천서 한국어교실·심리 상담 운영
"10년새 인구 증가… 공생방법 화두
이중언어 교육으로 학습결손 막길"


사람 톱-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손정진 대표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손정진 대표는 "미래세대가 고려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4.8.24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

"고려인들이 대를 이어 우리나라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손정진(63) 대표는 20년 넘게 고려인이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려인은 1860년대부터 1945년 광복 때까지 강제 동원, 항일독립운동 등으로 러시아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으로 이주해 외국 국적을 취득한 동포와 그 직계비속을 말한다.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은 2018년 인천 연수구에 개소했다. 인천 지역 고려인들을 위한 한국어교실, 심리상담, 청소년지원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손 대표가 고려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0년대 중반 친구를 따라 시작한 고려인 봉사활동이다. 그는 "당시 사기 피해를 입은 고려인들이 상담 등을 요청해 왔다"며 "그땐 우연히 봉사활동을 하게 됐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해오고 있다. 어찌보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10년대부터 고려인들이 인천 지역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단체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문화원이 위치한 연수1동 함박마을 일대는 전체 주민 1만2천800여명 중 65%는 고려인 등 외국인이다.

그는 "불과 10년 사이에 고려인들의 수가 인천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이들과의 공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고려인을 위한 복지, 교육 등의 정책을 마련하고 신속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손 대표는 이중언어 교육법 중 하나인 '클릴'(Content Language Integrated Learning·언어통합학습) 도입을 강조했다. 이 교육법은 고려인이 주로 쓰는 러시아어와 우리나라 언어를 동시에 활용해 수업하는 방식이다.

손 대표는 "현재 한국어 중심의 공교육은 고려인의 학습 효율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며 "이중언어 교육을 활용해 고려인의 학습 결손을 최소화하고 이들이 우리나라 제도권 교육을 온전히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인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 지역 사회에서의 교류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오는 28일 열리는 '함박마을 문화축제'처럼 고려인과 교류할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