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보호자 동행 등 방안 제안
동아시아국제교육원, 긍정적 검토중

인천에 거주하는 박성훈(가명·51)씨의 초등학생 딸은 '1형 당뇨' 환자다.
이는 체내 인슐린 생성 세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기능을 못하는 자가면역질환인데, 수시로 혈당 수치를 확인해 인슐린을 투여하는 게 유일한 관리법이다.
부모가 항상 곁에서 인슐린 주사를 놓아주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박씨의 딸은 몸에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자동주입기를 부착한 채 생활한다.
1형 당뇨 학생들의 해외 방문에는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액체 의약품(인슐린 등)을 기내 반입하거나, 보안검색대에서 몸에 부착한 기기들을 검사하는 상황을 대비해 영문 처방전 등을 지참해야 한다.
와이파이 상시 연결도 필수다.
이러한 이유로 박씨는 자신의 딸이 앞으로 해외 경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
실제로 인천시교육청이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추진하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질병·장애학생들의 참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교육청 직속 동아시아국제교육원은 중·고등학교 K-문화사절단, 람사르습지 에듀투어 등 다양한 주제로 학생들이 직접 해외에 나가 역량을 쌓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204명, 올해는 더 많은 학생이 해외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하지만 1형 당뇨, 중증 장애, 희귀·난치성 질병 등을 지닌 학생이 여기에 참여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학부모들은 질병·장애학생들이 해외 연수를 신청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조 인력(보건교사 등)이 더 필요하고, 혹시라도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 등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얼마 전 인천지역 1형 당뇨 학생 학부모들은 인천시교육청과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에 질병·장애를 주제로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같은 질병 또는 장애를 가진 학생으로만 명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연수 기간 학생들의 질병·장애 등에 대한 일괄적인 관리가 가능해 보건교사 등 보조 인력 배치가 수월하고, 필요한 경우 학부모 등 보호자가 동행하면 위급 상황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보호자 동행에 드는 비용을 자부담해서라도 자녀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며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아시아국제교육원은 이런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이 모두 끝난 상태로, 이르면 내년부터 질병·장애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해지도록 보완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원 관계자는 "질병·장애학생의 해외 연수 신청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학생과 가족이 스스로 추가 인력 배치나 장비 문제를 우려해 참여가 힘들다고 판단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해당 학생들이 해외 연수를 갈 경우 외부 활동의 어려움을 해소할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