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가 29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역 7년으로 감형된 속칭 '건축왕' 남헌기의 2심 선고에 대해 검찰의 상고를 촉구하고 있다. 2024.8.2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일반인들이 법에 대해 가지는 생각이나 인식을 법의식(法意識)이라고 한다. 법의식은 사람들이 법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를 설명한다. 법을 준수하는 태도와 법에 대한 신뢰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 법의식이 종종 사법부의 법적 판단과 현격한 격차를 보일 때가 있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 원대 전세사기를 저질러 구속 기소된 일명 '건축왕'에게 내려진 지난달 27일의 항소심 선고 결과가 그런 경우다. 인천지법 형사항소1-2부는 이날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사기와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헌기씨에게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으로 감형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공인중개사를 비롯한 공범 9명에게는 무죄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 결과에 분노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이튿날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의 선고 결과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일반인들의 법의식과 사법부의 법적 판단 간 괴리가 큼을 뜻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고 가해자에게는 관용을 베푸는 터무니없는 법원 판결로 인해 피해자들은 더 큰 어둠 속에 갇혀 버렸다며 한숨을 토해냈다.
남씨 일당의 사기 혐의 전체 액수는 665채의 전세보증금 536억원에 달한다. 이번 재판에선 먼저 기소된 148억원대 전세사기 사건만 다뤄졌는데 항소심은 68억원만 사기 액수로 인정했다. 추가 기소된 나머지 388억원대 전세사기 재판은 따로 진행 중인데 유사한 결과가 재현되지 않을까 피해자들은 우려하며, 절규하고, 호소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기 혐의 규모마저도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가 파악하고 있는 내용과 큰 차이를 보인다. 대책위는 피해 규모를 가구 수로는 2천753가구, 보증금 금액으로는 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남씨 일당에게서 전세사기를 당한 20∼30대 청년 3명과 40대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것은 우리 사회 전체가 입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피해이고 상처다.
일반인들의 법의식은 이런 내용과 현실에 비중을 두고 있다. 사법부의 이번 법적 판단이 이런 일반인의 법의식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즉시 대법원에 상고했다니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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