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플랫폼 인천

공간 속 공간, 작품은 있는 듯 없다 [ART-플랫폼, 인천·(4)]

입력 2024-09-02 18:59 수정 2024-09-02 19:3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9-03 15면

문소현 '발견된 위치 없음'


레지던시 10기 입주작가로 활동
플랫폼서 영감교류 은신처 마련

조르주 바타유作 '불가능' 모티브
조각·드로잉·설치·영상 혼합展


문소현 개인전 '발견된 위치 없음'(2020년) 전시장. /문소현작가 제공
문소현 개인전 '발견된 위치 없음'(2020년) 전시장. /문소현작가 제공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 안에 전에 없던 통로가 생겼다. 아니다. 전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한 공간이다. 그 공간 안에 젤 형태의 인간 신체 일부가 꿈틀거린다. 멀리 드로잉도 보인다. 그런데 이 작품이 있는 공간은 실재하는 것일까. 아니다. 스크린 위에 영사한 '공간 속 공간' 속에 작품이 있다. 그 조형물에는 '주소'(위치)를 부여할 수 없다.



2019년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10기) 입주작가로 활동한 문소현이 이듬해 8월11일~9월20일 '인천아트플랫폼 2020 다시 만나고 싶은 작가'로 선정돼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에서 연 개인전 '발견된 위치 없음'(Location Not Found).

이 작업을 기억하는 사람은 미궁 같던 전시장 풍경부터 떠올릴 것 같다. 문소현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 이곳저곳을 촬영했다. 젤 형태의 조형 작품을 그 장소에 두고 촬영하거나 드로잉 등을 여러 기법을 사용해 추후에 공간 속에 넣었다. 작가는 전시장 통로와 가벽 등에 스크린을 세워 작가가 '만든 공간'과 '그 속 작품'을 14개 영상으로 펼쳐 보였다. 조각, 드로잉, 설치, 영상 등이 혼합된 전시였다.

착시 현상을 이용한 트릭 아트와는 다르다. 실재했던 공간 속 진짜 작품을 영상 안에 가두고, 그 공간 안에서 다시 펼침으로써 '실재했으나 실재하지 않는' 마치 유령 같은 '발견된 위치 없음'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전시는 에로티시즘을 정면으로 다룬 조르주 바타유의 소설 '불가능'을 모티브로 삼았다. 작가의 생각을 들어봤다.

"바타유의 '불가능'에선 밤(죽음과 쾌락)을 사랑하는 것을 삶의 동력으로 여기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어요. (발견된 위치 없음 같은) '불가능의 공간'에서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 밤을 사랑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전까지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처한 상황과 구조화된 욕망에 관심을 갖고, 자신이 제작한 무대와 퍼펫(Puppet·인형)으로 서사 구조가 있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창작해왔다. '발견된 위치 없음'처럼 드로잉 애니메이션, 스톱모션, 실사 촬영 방식 등을 활용한 설치 작업을 본격화한 것은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당시다.

이전엔 혼자서 작업에 집중하던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작가들의 공동체를 만나고, 영감을 교류하는 자신의 '은신처'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문소현 作 회의실, 직원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대표의 초상화(2022년). /문소현작가 제공
문소현 作 회의실, 직원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대표의 초상화(2022년). /문소현작가 제공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에서 14개 영상으로 펼쳤던 '공간 안의 공간 속의 작품'은 작가가 2022년 5월 서울 더 그레잇 컬렉션에서 개최한 개인전 '목업(MOCK UP)'에선 작게 압축했다.

목업은 실제 제품이 나오기 전 실물과 비슷하게 만든 시제품이다. 많은 기획서 속에 담긴 목업 가운데 세상의 빛을 보는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기획자 혹은 기획서상에선 실재했으나, 세상에 나오지 않아 발견되지 않은, 쓸모가 없어진 것들에 대한 전시였다.

작가는 어도비 스톡(Adobe Stock) 웹사이트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어딘가에 있으나 어디인지는 모르는 '사무실 사진' 같은 공간들에 드로잉 작품을 넣었다.

작가는 "이것(목업)들의 존재가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 평가가 되는데, 그런 가능성이 많지만, (세상에) 나오지는 않은 유령 상태로 내버려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시에선 그림자 관람객을 만들어 관람객조차 '목업' 상태로 처리했다. 문소현 작가는 앞으로도 공간에 대한 작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그의 공간을 꾸준히 발견하고 싶어진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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