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부스 관리 안하면 안심 사각… 비상벨 먹통에 꽁초 수북

입력 2024-09-02 20:08 수정 2024-09-02 21:0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9-03 7면

관리 부실… 방치하면 더 위험 

수천만원 혈세 불구 '안전' 무색
일부 사설… 지자체 "권한 없어"
"민원시 점검" 운영고민 부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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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수원시 한 거리에 설치된 안전부스 앞에 각종 쓰레기와 자전거 등이 놓여 있다. 2024.9.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길을 걷다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몸을 피하고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거리 위 '안심(안전)부스'가 관리 소홀 속 도심의 흉물로 전락했다. 더욱이 지자체가 설치한 부스의 경우 한 개 당 수천만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혈세 낭비 지적도 나온다.

안심부스는 범죄 위협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로, 지난 2015년부터 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설치에 나섰으며 일부 민간업체에서 설치한 경우도 있다. 위급 상황 시 부스에 들어가 비상벨을 누르면 외부와 차단돼 신변을 보호할 수 있고, 112상황실 또는 지자체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로 신고도 가능하다.



문제는 안심부스가 안심은커녕 제기능도 못하는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는 점이다. 2일 오전 9시30분께 찾은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의 한 백화점 앞 도보에 위치한 안심부스는 지난 2017년 한 민간업체가 분당구청에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부스 내부에는 먼지가 수북했고 담배꽁초 등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등 관리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부스에 설치된 CCTV는 겉면이 녹슬어 있었고 불이 꺼진 비상벨은 눌러봐도 작동하지 않았다. 부스 안내문에 적힌 '안전지대'라는 말이 무색해 보였다.

성남시 분당구 관계자는 "해당 부스는 민간업체가 설치했고 도로점용허가를 받았기에 구청의 관리 권한은 없다"면서도 "현재 해당 업체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지만, 점용 목적에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허가 취소 등 행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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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성남시 한 거리에 설치된 안전부스 내부가 먼지로 뒤덮여 있다. 2024.9.2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도내 다른 안심부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용인시 기흥구의 보정동 카페거리에 설치된 안심부스 역시 내부 시설이 고장난 채 방치돼 있었다.

내부 안내문에는 '안심벨을 누르면 영상 통화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먼지가 잔뜩 쌓인 부스 내 전화기는 먹통이었고 영상통화가 가능한 시설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부스 하나를 설치하는 데만 4천만~5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는 게 해당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윤모(30)씨는 "시민 안전을 위해 설치된 곳인데 여기서 흡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안심부스가 아닌 흡연부스"라며 "위험할 때 몸을 피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방치되면 위급한 상황에 어디로 피하라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용인시 기흥구 관계자는 "경찰로부터 부스 고장 소식을 전해들어 수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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