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사설] 응급의료 위기 부정하는 정부, 현장을 가보라

입력 2024-09-02 19:46 수정 2024-09-04 13:49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9-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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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에 이어 전문의까지 응급실 의사들이 현장에서 이탈하면서, 응급의료 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인일보DB

 

전공의에 이어 전문의까지 응급실 의사들이 현장에서 이탈하면서, 응급의료 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내 핵심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보유 중인 아주대병원은 일 평균 100명이 넘는 응급환자가 들어오는 경기 남부지역 중환자 치료 거점인데, 이곳마저 제한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아주대병원은 최근 전문의들의 잇따른 사직 영향으로 일주일에 한차례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은 어쩌다 제한 운영까지 검토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몰렸을까. 아주대병원 응급실에서 성인 환자를 담당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11명이다. 당초 14명의 전문의가 근무했으나 최근 의정 갈등 속에서 이 중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남은 11명 가운데 4명 또한 격무를 호소하며 사직서를 냈으나, 병원의 설득으로 일단 사직을 보류했다. 소아응급실의 경우 이미 일부 전문의가 근무를 중단하면서 수요일과 토요일엔 초중증 환자만 받는 '축소 진료'를 하고 있다.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가 현장을 떠나자 전문의의 업무가 과중해졌고, 이들 역시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일명 '응급실 뺑뺑이'로 하루에도 여러 명이 '생과 사'를 오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중증환자도 응급실에서 외면받는 일이 허다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성명을 통해 "9월 1일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은 14개, 흉부대동맥 수술이 안 되는 곳은 16개,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개, 영유아 내시경이 안 되는 곳은 46개 대학병원"이라고 했다. 의료현장의 최후의 보루인 응급실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그동안 쌓아온 의료의 공든 탑이 무너질지도 모를 일이다.



아주대병원은 경기도 내 9개 권역응급의료센터 가운데서도 환자 수는 물론 중증 환자가 가장 많은 핵심 응급의료센터인데도 상황이 이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서 "비상의료 체계가 원활하다"고 말했는데, 현장을 잘못 봤는지 보고에 오류가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위기에 대한 판단과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응급의료 위기라는 현실을 부정한다고 이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의료개혁에 고통이 따른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현재 응급의료 위기로 고통에 직면한 국민을 먼저 봐야 하는 게 정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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