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우 의장·野 환노위원 면담
사측, 이주민 차별·혐오 정서 만연
“동포라고 짐승 취급, 가족 파괴해”
“딸 냉동실 있어, 추석 전 해결바라”
“한국 노동의 목소리·비정규직·하청·간접고용·이주노동자 문제까지 알리기 위해서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가 청문회든 어떤 형태로든 국회에 나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유가족들이 3일 국회를 찾아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추석 전 박순관 대표이사의 청문회를 열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상자 다수가 이주노동자·여성·간접 고용형태라는 ‘요인’은 사측이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는 박 대표와의 특별접견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 등은 이날 우 의장과 안호영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김주영(김포갑)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이용우(인천 서구을) 민주당 의원 등과 면담 자리를 갖고 그간의 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태윤·이순희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국회에 ①청문회 ②박순관 대표 특별접견 요청 ③교섭 시 사측과 중재 등 유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유가족들 말에 따르면 박 대표를 포함한 사측은 지난 7월 30분의 첫 교섭 이후 단 한 번도 직접 교섭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개별 접촉 과정에서 “합의를 종용”하고, “자녀 없는 가족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는 무성의한 합의 태도”와 “외국인이라고 짐승 취급하며 가족을 파괴했다”며 사고 이후 72일의 과정과 심정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달 28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박 대표와 그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의 구속을 결정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업체 대표가 재판 전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첫 사례다. 이에 우 의장은 “아리셀 측은 대표이사의 구속을 무겁게 받아 들여야 한다”며 “사고 이후 회사의 대응 방식을 성찰하고 진정성 있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김태윤 공동대표는 “이주노동자는 죽음과 재난 앞에서도 차별적이었다. 비상구는 지문 인식이나 아이디(ID)카드가 없으면 나갈 수가 없었고,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미숙련된 노동자를 투입하면서 안전교육 없이 일을 하게 했다”며 “아리셀은 죽을 수밖에 없는 ‘죽음의 공장’”이라고 말했다.
이순희 공동대표는 “대한민국에는 재외동포가 많다. 세금도 내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차별은 너무 많다”며 “우리 애들이 아직 냉동실에 있는데, 추석 전에 보내 줄 수 있게 해달라”고 울먹였다. 재외동포인 이 공동대표는 이번 참사로 딸을 잃었다.
야당 측 환노위원들은 국회 차원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국가 노동 정책과 관련 법을 제대로 만드는게 환노위의 일”이라며 “청문회 관련해서도 국회가 진상 규명하는데 있어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고, 간사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회 차원에서 제도 개선책을 견인하고 법 개정 진전시키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국회의 책무”라며 “사측과 교섭 대화가 잘 안되고 있는데, 국회가 역할 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리셀 참사는 지난 6월 24일 공장 3동 2층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23명이 숨지고 2명은 중상, 6명은 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 내국인은 5명이다. 17명은 중국인, 1명은 라오스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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