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업종별 파급 효과 관측
서울·경기 달리 공급이 수요 앞선
인천 '인상' 가능성… 역차별 지적
전자·통신업 증가폭 6천억 '최고'
"주요 산업 집중 현상 개선 한계"
5일 오후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고압송전탑이 설치되어있다. 2024.9.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가 시행되면 인천 등 수도권 제조기업이 부담하는 전력 비용이 최대 1조4천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차등요금제는 전력 소비가 많은 지역의 요금을 올리기 위한 정책인데, 인천은 화력발전소들이 있어 전력발전량이 많음에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5일 차등요금제 도입에 따른 업종별 파급효과를 분석해 이 같은 관측을 내놓았다. 차등요금제는 각 지역의 전력자급률에 따라 전기요금이 달라지는 제도로, 수도권에 몰려 있는 전력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전력자급률은 각 지역의 전력발전(공급)량을 전력 소비(수요)량으로 나눠 산출한 수치다. 100%보다 낮으면 전력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요금이 오르고, 100%를 초과하면 공급이 수요를 앞질러 요금이 낮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에 따라 지역별 차등 가격(LMP) 도입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LMP를 통해 전력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요금을 높이고 공급이 많은 비수도권의 요금을 낮출 목적으로 제도를 설계 중이다. 인천은 서울·경기와 함께 전기요금 인상 지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한경협은 내년부터 LMP가 도입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가격 격차는 kwh당 19~34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가격 차에 따라 수도권 제조업체들은 연간 8천억~1조4천억원의 전력 비용을 추가로 부담할 것이란 전망이다.
제조업종별로 추가 전력 비용 부담 규모를 보면,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통신업종의 전력 비용 증가 폭이 6천억원으로 가장 높다. 화학업과 기계·장비업도 각각 1천110억원, 837억원의 추가 전력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후공정과 석유화학, 항공기·자동차 관련 제조업체가 많은 인천 특성상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천은 수도권 내에서 전력자급률이 낮은 서울·경기와 달리 전력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지역이다. 인천의 최근 4년(2020~2024년) 평균 전력자급률은 186.3%로,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영흥화력발전소를 비롯한 5개의 화력발전소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전력 공급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LMP 도입 취지대로면 인천지역 제조업체들은 현재보다 낮은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전력자급률이 낮은 서울(10.4%)·경기(62.5%)와 같은 권역으로 묶이면 수도권의 전력자급률이 60%대로 하락해 지금보다 비싼 전기료 청구서를 받아야 할 처지다.
한경협은 차등요금제 도입이 전자·통신업종을 비롯한 주요 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이 수도권에 생산 기반을 둔 이유는 인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전력 비용 상승만을 이유로 비수도권으로 옮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경협 류성원 팀장은 "차등요금제 시행에 앞서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전력 수급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차등요금제 시행 기준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뉘면 인천 제조업계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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