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인력 쿼터 늘었지만… 국내 거주 도움주는 정책은 '부실'

입력 2024-09-09 20:49 수정 2024-09-09 20:5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9-10 3면

겉도는 '숙련기능인력 추천제'


비자 전환 한국어시험 '토픽' 필수
교육이수 충족·선착순 접수도 부담

'수백만원 과외' 등 사기 피해 많아

뿌리산업 주거지원책은 내국인만


인천 남동공단을 지나는 외국인 노동자. /경인일보DB
인천 남동공단을 지나는 외국인 노동자. /경인일보DB

법무부는 지난해 외국인 숙련기능인력(E-7-4 비자)의 연간 쿼터를 2천명에서 3만5천명으로 대폭 늘리고, 광역지자체의 E-7-4 비자 전환 추천 제도를 도입했다. 인구 감소와 3D업종 기피 현상으로 인한 산업계의 인력난을 '외국인 노동자'를 통해 해소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숙련기능인력 쿼터만 늘어났을 뿐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가장 큰 걸림돌 '한국어 시험'


고용허가제(E-9) 비자 외국인이 숙련기능인력 비자로 전환하기 위해선 '한국어 능력'이 필수다. 한국어 능력 시험(토픽·TOPIK) 2~4급 이상 급수를 충족하거나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KIIP)을 이수하면 된다.

외국인 노동자는 사회통합프로그램보다 토픽을 선호한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하려면 100시간 내외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잔업이 많아 교육 이수 시간을 채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픽 역시 '넘기 힘든 벽'이라는 것이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목소리다.

토픽 PBT(지필고사)는 1년에 여섯 번 가량 시행된다. 외국인이 시험을 보기 위해선 정해진 일정에 맞춰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해야 한다. 인천에서는 인하대, 경인여대, 인하공전 등 3곳에서만 시험이 치러지는데, 시험 인원이 제한돼 있고 선착순 신청으로 이뤄진다. 인천지역 시험장 접수가 마감되면 타 지역 시험장을 찾아 신청할 수밖에 없다.

인천 서구 표면처리협동조합 관계자는 "토픽 신청이 보통 평일 오전부터 선착순으로 진행되는데 (인천지역 시험장 선택은) 경쟁률이 높고, 근무시간 중에 토픽 사이트에 접속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며 "응시 비용(4만원)도 큰 부담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부족한 정보 탓에 외국인 간 사기 행각까지

숙련기능인력 비자 전환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부족한 외국인들이 사기 피해를 입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숙련기능인력 비자 전환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접근해 불필요한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인천에서 8년가량 일하며 숙련기능인력 전환을 준비한 중국 국적 A씨도 피해자다. 그는 중국인 브로커 B씨에게 500만원을 주고 한 행정사 연락처를 넘겨받았지만, 정작 행정사와 브로커 B씨는 일면식도 없는 관계였다.

이 외에도 토픽 교육을 빌미로 수백만원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인천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서 뿌리산업 고용 정책을 연구하는 김민경 책임연구원은 "외국인들끼리 과외처럼 교육해 주겠다며 큰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고, 불법 브로커들이 여기저기서 사기 행각을 벌인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최근 개소한 인천 뿌리산업외국인근로자센터처럼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는 기관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숙련기능인력 위한 주거 지원책 필요


숙련기능인력 전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주거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뿌리산업 기업체 입장에서는 숙련기능인력 전환으로 장기간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본국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초청해 국내에서 함께 거주할 수 있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느낀다. 뿌리산업 기업에 신규 취업한 내국인은 전세자금 대출 이자와 월세를 지원받는 혜택을 얻지만 외국인은 제외돼 있다. 외국인 주거 비용은 회사가 필요에 따라 직접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을 통한 주거비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외국인도 내국인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받아야 안정적 고용이 이어질 수 있다"며 "관련 사업을 설계해 올 연말 고용노동부 공모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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