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지표 개선… 항체반응 등 부작용도
돼지 피를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에 수혈한 후 혈액학적 지표가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에서 겪고 있는 혈액 부족 문제 해법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림대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강희정·노주혜 교수 연구팀과 안전성평가연구소 황정호 박사 연구팀, 바이오 기업 옵티팜은 세계 최초로 돼지 적혈구를 비인간 영장류에게 투여한 이종수혈의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했다. 돼지는 장기의 크기나 적혈구 기능 등 생리적 요소들이 사람과 유사해 최근 이종이식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일반 실험용 무균돼지(WT)와 인간 혈액과 호환성을 높인 형질전환 돼지(TKO)의 혈액을 임상용 적혈구 제제로 각각 제조했다. 그 뒤 인간과 특성이 비슷한 시노몰구스 원숭이 12마리를 실험군1, 실험군2, 대조군에 4마리씩 배정하고 각각 25%의 혈액 손실을 유발한 후 실험군1에는 WT 돼지의 적혈구를, 실험군2에는 TKO 돼지 적혈구를 수혈했다.
그 결과 실험군 모두에서 수혈 후 첫째 날까지 적혈구 수, 헤마토크리트 및 헤모글로빈 수치 등 혈액학적 지표가 개선됐으며 TKO 돼지 적혈구가 WT 돼지 적혈구에 비해 전신적인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험군에 수혈된 돼지 적혈구는 2시간 이후 순환 혈액에서 빠르게 사라졌고, 강력한 항체 반응이 나타나는 등의 부작용이 관찰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즉각적인 혈액학적 이점을 입증했지만, 이종수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생체 반응을 회피할 수 있는 추가적인 돼지 유전자 변형과 면역 억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강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이종수혈의 임상 적용을 위한 중요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이종수혈 프로토콜 개발과 유전적 변형을 통해 돼지 적혈구가 인간 적혈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