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분양형 실버타운 재추진'… 수요 부진 우려 목소리

입력 2024-09-10 20:32 수정 2024-09-11 16:36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9-11 12면

빈곤이란 악몽 탓에 '꿈도 못 꾸는' 실버타운


노인 절반 가난… 수요 부진 불보듯
의료 인프라 낮은 지역 도입도 문제
전문가 "공공 임대주택을 늘려야"


정부가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해 '분양형 실버타운' 부활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노인 인구 절반 가까이 소득 빈곤에 시달리는 상황 속에서 민간 공급인 분양형은 호응을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더군다나 의료 인프라가 떨어지는 인구감소지역에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수요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보면 신(新)분양형 실버타운을 인구감소지역 89개소에 도입할 계획이다. 도내에선 가평·연천이 대상이다.



민간 사업자가 추진하는 분양형인 만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임대형을 일정비율 포함하고, 투기 차단 등을 위해 일반 주택과 같은 건축 인허가·관리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지난해 기준 노인 인구는 1천39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7%를 차지하는 반면 실버타운은 40개소 9천6가구, 공공임대주택은 3천924가구로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민간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분양형의 특성상 저조한 수요와 부실 운영 등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간 아파트와 같은 억대 분양가를 감당 못해 미분양이 속출할 경우 실버타운의 장점인 각종 돌봄 의료 서비스의 저하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연금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1위이며 평균(14.2%)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실제 지난 2015년 분양형 실버타운제도가 폐지되는 당시에도 경로당 식사와 의료지원 등 민간의 부실한 운영·관리에 분양과 입주를 포기하는 노인이 속출하면서 실효성 논란에 직면한 바 있다.

종합병원과 대중교통 등 인프라가 비교적 열악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추진되는 점도 걸림돌로 평가된다.

도내 인구감소지역인 가평과 연천만 봐도 종합병원뿐 아니라 24시간 중환자 수술이 가능한 지역응급의료센터조차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실버타운 설립 시 토지·건물을 소유해야 하는 운영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투자비용과 분양가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지만, 공공 실버타운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이미 분양형 실버타운은 건설사들의 부실한 운영과 설립에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폐지된 정책이다. 민간이 실버타운 건설을 맡게 되면 시니어들의 복지 보다 당장의 편익에 치중될 것"이라며 "현재 대한민국 노인의 50% 이상은 빈곤 수준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장기간 저부담의 공공형 임대주택 확대가 더욱 실효성이 높다"고 짚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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