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응급환자에 언성' 구급대원 징계 취소 판결

입력 2024-09-11 20:48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9-12 6면
"샤워시간 요청" 환자 불친절 민원
法 "소방본부 사전통지 하지 않아
당사자 의견 방어권 보장 불충분"


비응급환자에게 구급대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했다가 경고 처분을 받았던 한 구급대원의 징계가 행정소송을 통해 취소됐다.

인천지법 행정1-2부(부장판사·김원목)는 최근 30대 구급대원 A씨가 인천시장을 상대로 낸 경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8월7일 오전 7시께 "암 환자인데 열이 많이 난다. 구급차를 보내달라"는 119 신고를 받고 그가 있는 인천 한 호텔로 출동했다.

당시 신고자 B씨는 "오랫동안 씻지 못했으니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고, A씨는 그의 요청에 맞춰 20여분 뒤 현장에 도착해 연락을 취했다.

B씨는 아직 씻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한 후 6~7분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A씨는 B씨에게 "(지금처럼) 구급차를 기다리게 하면,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A씨의 태도가 불쾌했던 B씨는 "구급대원이 불친절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소방당국은 감찰 조사 후 A씨에게 친절 의무 위반으로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소방지부는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소방본부는 구급대원에게 내린 경고 처분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2023년 11월21일자 6면 보도)

A씨는 경고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올해 2월 행정소송을 냈다. 그는 인천소방본부가 인천시 산하 기관인 점을 고려해 인천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법정에서 "인천소방본부가 경고 처분을 하면서 (처분 원인, 법적 근거 등에 대한) 사전통지를 하지 않아 관련된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없었다"며 "방어권 준비와 행사에 지장을 받았다. 이는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구급대원으로서 출동시간 지연이 다른 응급환자 구호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민원인에게 설명했다"며 "이 과정에서 다소 언성을 높였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했다는 것은 과중하다"고 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행정청이 당사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경우 미리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A씨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의견 진술 기회가 충분히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경고를 취소하기 때문에 (경고) 처분이 적절했는지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A씨가 이미 다른 지역으로 전출한 점 등을 고려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며 "절차에 문제가 있었을 수는 있지만, 처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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