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시민구단 수원FC가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에 손준호(32)와 결국 계약 해지했다. 특히 수원FC 최순호 단장은 손준호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책임 소재를 놓고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수원FC는 13일 승부조작으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와 계약을 해지했다.
최 단장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최종적으로 결정이 나야겠지만, 이미 논란이 된 상황에서 손준호가 팀 훈련을 소화하고 경기에 나선다는 것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다”면서 “지금 상태에선 계약을 해지하는 쪽으로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손준호의 수원FC 입단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최 단장은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사실이 알려진 직후 FIFA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손준호가 계속 경기를 뛸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태가 점점 번지자 최 단장의 마음도 바뀌었다. 그는 “처음에는 뛰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사안이 너무 커졌다”고 입장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10일 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당했다.
일단 국제축구연맹(FIFA)이 징계위원회를 열어 ‘타당하다’고 판단해 각국 축구협회로 관련 내용을 전달하면 손준호의 승부조작 혐의와 영구 제명 징계는 전 세계에서 효력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손준호는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 손준호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승부조작을 절대 하지 않았다”고 눈물로 결백을 호소했지만, 팀 동료 진징다오로부터 받은 20만위안(약 3천700만원)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으로 일관해 찜찜한 기자회견이 됐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비(非) 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중국 공안에 형사 구류됐고, 약 10개월을 구금당한 뒤 지난 3월 석방돼 귀국했다. 당시 손준호는 어떤 혐의로 붙잡힌 건지,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 풀려난 것인지 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6월 전북 현대는 손준호의 영입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포기했다. 손준호의 ‘중국 리스크’를 최대한 덜어내기 위해 계약에 ‘안전장치’를 두려했지만, 손준호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손준호 리스크를 알고도 수원FC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영입했다. 당시 많은 축구 팬들은 전북이 손준호를 홀대했다며 비난했고, 수원FC엔 ‘중국에서 고생하고 온 영웅을 따뜻하게 품어줬다’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손준호의 중국 리스크가 결국 현실화하면서 시민구단 수원FC는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으로서 ‘혈세’를 낭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 것이다.
또 수원FC는 14일 전북과 홈 경기를 앞둔 상황이어서 팀 분위기도 좋지 않다.
특히 손준호 영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최 단장도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최 단장은 지난해 1월 부임한 뒤 올해 말을 끝으로 2년 계약이 끝난다. 현재로선 최 단장이 재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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