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군포

[내가 만난 군포] 호숫길을 걷는 행복…반월호수와 갈치호수

입력 2024-09-14 23:58 수정 2024-10-17 14:17

농업용수 공급 위해 1957년·1984년 조성

‘친수도시’ 정체성 살리는 대표 공간으로

반월호수 낙조는 ‘군포 3경’으로 꼽히기도

군포시 반월호수. 2024.9.14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군포시 반월호수. 2024.9.14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영동고속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군포 부근에 너른 호수가 보인다. 탁 트인 호수의 전경은 꽉 막힌 도로 한가운데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하기엔 충분하다. 군포시로 출근하고 나서야 그 호수의 이름이 반월호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빼곡한 아파트 숲에서 10여분가량만 차로 이동하면 어느덧 도시의 소음이 멈추고 풍경이 달라진다. 굽이굽이 길을 따라가다 그대로 쭉 가면 반월호수, 오른쪽으로 가면 갈치호수를 만날 수 있다. 이는 왕송호수, 백운호수를 품고 있는 바로 옆 의왕시와도 비슷한 점이다. 두 호수는 친수도시로서의 군포시 정체성을 만드는 중심이다. 수리산과 더불어 이 작은 도시를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반월호수

반월호수 풍경. 2024.9.14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반월호수 풍경. 2024.9.14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반월호수는 안산시와 경계에 위치해있다. 대부분의 호수·저수지가 그렇듯 반월호수도 농업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57년 만들어졌다. 한국전쟁 이후 빈곤에 시달리던 한국을 위해 유엔은 ‘유엔한국재건단(UNKRA)’을 만들었는데, 농업 기반 시설 확충을 비롯해 한국 경제 재건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힘썼던 UNKRA의 손이 닿은 곳 중 하나가 바로 반월호수다. 반월호수 조성은 당시 해당 지역 농사가 번성하는 주 요인이 됐다. 조성됐을 당시 지명은 화성군 반월면이었는데 1989년 군포시가 생겨난 이후 1994년 이곳에 편입됐다. 군포시에 따르면 저수지 북서쪽에 있는 집예골, 셈골, 지방바위골의 물이 이곳으로 유입된다.

농업 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다수의 도심 속 저수지들은 현재 시민들의 휴식처로도 기능한다. 반월호수도 예외는 아니다. 호수 주변엔 음식점들과 카페들이 즐비하다. 인사 발령 이후 군포시로 찾아오는 이들을 처음 맞은 곳도 반월호수 옆 음식점들이었다. 군포시에서도 반월호수 일대를 지역의 명소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호수를 따라 데크 길을 조성하고 곳곳에 공원이며 쉼터를 마련해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반월호수 둘레길 종합안내도. 둘레길은 총 3.4㎞이다. 더워서 2.3㎞. 길이인 1구간만 걸었다. 2024.9.14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반월호수 둘레길 종합안내도. 둘레길은 총 3.4㎞이다. 더워서 2.3㎞. 길이인 1구간만 걸었다. 2024.9.14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추석 연휴 첫 날인 지난 14일 반월호숫길을 천천히 걸었다. 반월호수 둘레길은 총 3.4㎞. 크게 2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가운데 다리를 중심으로 2.3㎞ 길이의 1구간, 대야물말끔터로 이어지는 970m 길이의 2구간이 있다. 추석 연휴임에도 낮 기온이 꽤 높아 1구간만 걸었다. 같은 호수인데도 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이는 풍경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호수 주변에선 작은 공연들이 펼쳐지고 있었고, 데크엔 지역 미술협회와 사진협회 회원들의 작품들이 전시돼있었다. 늦더위에 2㎞ 남짓을 쉴 새 없이 걸으면 지치고 따분할만도 한데 호수의 풍경과 오색의 그림·사진, 흥겨운 노랫소리에 지겨울 틈이 없었다.

이곳의 낙조가 아름다워, 2004년 군포시는 반월호수의 저녁 노을을 군포 3경 중 하나로 꼽았다. 반월호수 둘레길을 걷다보면 ‘반월낙조’ 소개비를 볼 수 있다. 소개비는 반월호수를 “해질녘 고운 주홍빛 낙조의 황홀함을 품은 곳”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낮에 호수를 찾아 낙조를 보진 못했다. 올해 초 주차타워가 만들어져 주차가 어렵지 않은 점이 좋았다.

반월호수 둘레길. 데크 길이 잘 조성돼있어 걷기 좋다. 지역 미술협회에서 회원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2024.9.14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반월호수 둘레길. 데크 길이 잘 조성돼있어 걷기 좋다. 지역 미술협회에서 회원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2024.9.14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갈치호수

군포시 갈치호수. 2024.9.14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군포시 갈치호수. 2024.9.14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반월호수에서 2㎞ 남짓 떨어진 곳에 또 다른 호수가 있다. 갈치호수다. 수리산도립공원 탐방안내소와 멀지 않다. 마찬가지로 농업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84년 만들어졌다. 왜 이름이 갈치호수일까 궁금했는데, 예전에 갈대가 많았던 곳이라 예전부터 이 일대를 ‘갈티’나 ‘갈치’로 불렸다고 한다. (생선 갈치와는 무관했다.)

갈치호수 바로 옆에 군포 대야미 공공주택지구가 들어선다. 한창 공사 중이라 진입로가 좁은데,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보면 반월호수보다는 확연히 작은 저수지가 보인다. 반월호수와 달리 데크 길이 잘 정비돼있거나, 별도의 주차 공간이 마련돼있지 않다. 반월호수를 찾은 김에 갈치호수에도 들렀는데 차를 세울 곳을 찾지 못해 빙빙 돌아야했다.

데크 길이 잘 정비돼있는 반월호수와 달리 호수 주변 길이 깔끔히 정비돼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잠시나마 숨을 고르며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작은 공원이 조성돼있었다. 공원을 지나면 그 이후엔 대체로 포장되지 않은 길이다. 호수가 작아 한 바퀴를 도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지만, 풀이 무성하게 자란 길을 걷는 것은 매우 오랜만의 일이라 다소 어색했다. 내내 고요한 가운데 산새 소리가 울렸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호수엔 하늘과 산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군포시 갈치호수. 인근에 있는 반월호수보다는 확연히 작다. 2024.9.14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군포시 갈치호수. 인근에 있는 반월호수보다는 확연히 작다. 2024.9.14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작은 호수이지만 주막보리밥이나 수리산두꺼비 같은 지역 내 유명 음식점들이 인근에 있어 차들이 계속 몰려왔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음식점 주차장이 가득 찬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군포시는 3기 신도시인 의왕·군포·안산, 대야미 공공주택지구 조성 등 달라지는 지역 여건을 고려해 최근 기존의 경관 계획을 손질한 ‘2030 경관계획안’을 마련했는데, 해당 계획안엔 갈치호수를 중심으로 수변 공원을 만들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있다. 대야미 공공주택지구 개발과 더불어 갈치호수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반월호수와 더불어 군포시가 ‘친수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대표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호수를 벗 삼아 지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행운이고 행복이다. 군포시엔 호수가 있다. 그것도 두 개나. 두 호수는 내가 만난 군포를 더욱 멋진 곳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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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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