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가 위치한 의정부역전근린공원
시민 이용 적고 이동 연계성 떨어져
市, 비즈니스 문화관광 허브 조성 구상
시의회 의견차에 내년도 본예산 위기
“여기서 운동하거나 휴식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공원이라고는 하지만 땡볕에 앉을 곳도 없고… 여긴 만남의 장소 정도죠.”
추석 연휴 첫날인 14일 오후 의정부 역전근린공원에서 만난 한 시민은 자신이 서 있는 장소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실제 역전근린공원은 본연의 역할보단 의정부역 이용객의 이동통로에 가까웠다. 가방을 들고 바삐 걸어가는 시민이 대다수. 버스 또는 택시를 타기 위해 대기하거나 흡연객 정도만이 잠시 머물 정도였다.
역전근린공원 남측부지로 이동하니, 이제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와 문화시설이 동선을 가로막았다. 임시 건물 형태의 선별진료소는 한 때 시민들이 줄을 서 이용하던 곳이었지만, 지난해 12월 대응체계가 개편되면서 문을 닫은 뒤 지금껏 비어 있다.
우거진 수풀과 정돈되지 않은 화단 사이로 산책길이 있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공원 부지의 허리를 뚝 잘라 조성한 환승공영주차장만이 수요가 넘쳐 길게 줄이 늘어섰는데, 이용객 대부분은 차량에서 내려 의정부역사로 들어가기 바빴기에 공원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역전근린공원 북측부지는 상황이 더욱 안타까웠다. 노상방뇨 우범지로 알려진 조형물 한 구석은 실제 잔디가 누렇게 죽어있어 소문이 사실인가 싶었고, 공원 구석 후미진 곳엔 쓰레기 봉지와 술병이 나뒹굴었다.
운영을 멈춘 분수대를 비롯해 안중근 동상, 평화의 소녀상, 시 승격 50주년 기념탑, 한·미 우호기념탑, 베를린 장벽, 발광화장실 등이 산발적으로 설치돼 있는 북측부지는 남측보다 복잡했다. 너무 많은 조형물이 한 공간에 밀집해 시민 편의보단 각종 전시물을 위한 장소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북측부지 한켠에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잔디광장이 마련돼 있었지만, 역시 이용자는 없었다. 중심상업지역 한가운데라는 공원의 지리적 위치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이용객보다 비둘기가 많은 광경을 연출했다.
남쪽과 북쪽 공원이 지하차도와 도로로 단절돼있다는 것도 큰 불편사항이다. 공원 내 이동도 불편하지만, 주변 행복로나 지하상가를 이용하려면 가파른 계단 또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해 연계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구조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시민이 외면하는 역전근린공원이 의정부시 중심가 한가운데 위치해 전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군공여지인 캠프 홀링워터를 반환받으면서 국비 지원을 최대한 받기 위해 공원을 조성했지만, 기능적으로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배경에서 민선8기 의정부시는 역전근린공원의 이용률과 도시의 자족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이곳에 업무·여가·문화·주거·상업 기능을 갖춘 비즈니스 문화관광 허브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의정부역세권개발이라고 불리는 이 계획에는 60층 높이 고밀도 복합시설과 철도 중심의 복합환승센터, 입체화된 공원 등을 조성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의정부역세권개발계획은 국토교통부의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과 맞물린다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 건폐율과 용적률 제한이 완화돼 복합개발과 사업성 확보에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의 이런 구상은 시작부터 시의회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힌 상태다. 시는 향후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대상지로 선정될 경우 주변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 관련 용역비 8억원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했지만, 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는 이를 전액 삭감해 의결했다.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대상지 선정 후 실제 개발사업 실행까진 수년이 필요하고, 실질적인 추진 과정은 차기 시장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득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수용하지 않았다.
시는 내년도 본예산에 다시 용역비를 세울 수 있도록 시의회를 설득한다는 계획이지만, 여소야대 정치적 환경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고밀도 개발에 따른 부작용과 미분양 대책 등 반대 주장도 존재한다.
시 관계자는 “역전근린공원은 시민을 위해 미군공여지를 활용해 조성한 공간이지만, 지금 상태로 계속 두는 것은 노른자위 땅을 낭비하는 일”이라며 “역세권개발계획이 실현되면 입체화로 지금보다 공원 면적이 2배 이상 늘어난다. 여기에 남과 북의 동선을 잇고, 각종 상업·편의 시설과 연계한다면 시민들이 공원을 더욱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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