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아프지 말자" 추석 덕담으로… 신뢰 무너진 한국의료

입력 2024-09-18 20:21 수정 2024-09-18 20:3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9-19 2면

연휴 내 하루 평균 9781곳 운영
근무의사·경증환자 작년比 적어

"응급진료 일정 수준 유지" 했단
정부 입장 달리 국민들 마음 졸여

2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15일 오후 안양시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추석 연휴 의료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24.9.15 /경기도 제공

정부가 추석연휴 중증응급질환 진료가능 의료기관이 소폭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실 내원 환자가 20% 이상 줄어드는 등 중환자 중심으로 작동해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다른 명절 연휴와 비교해서 문 연 의료기관은 증가했고, 응급실 내원 환자는 경증 환자 중심으로 감소했다"며 "응급실 의료진이 감소한 상황이었으나 의료진께서 현장에서 쉴 틈 없이 헌신해 주신 결과 연휴 기간에도 응급의료체계가 일정 수준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연 병원은 많았는데, 응급 의료진은 적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연휴 기간 문을 연 의료기관은 하루 평균 9천781곳으로, 당초 예상했던 8천954곳보다 827곳 많았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5천20곳보다 95%, 올해 설 연휴 기간 3천666곳보다 167% 늘어난 수치다.



추석 당일 문을 연 의료기관의 수는 올해 설 당일, 작년 추석 당일보다 600곳가량 많았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반면 지난 17일 기준 중증진료를 주로 다루는 전국 180개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 근무 의사 수는 1천865명으로, 작년 4분기(2천300여명)보다 400명가량 줄었다.

 

대형 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대기 중인 시민들
추석인 1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진료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4.9.17 /연합뉴스

■응급실 찾은 환자도 줄었다. 추석 당일 일부 혼잡

응급실을 찾은 환자도 최근 명절 연휴보다 많이 감소했다. 이번 연휴 응급실 내원 환자는 하루 평균 2만7천505명으로 작년 추석(3만9천911명), 올해 설(3만6천996명)보다 20% 이상 줄었다.

특히 올해 추석 연휴에는 하루 평균 1만6천157명의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작년 추석(2만6천3명), 올해 설(2만3천647명)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우려했던 응급의료 혼란 현장도 상당수 발생했다. 지난 14일 충북 청주에서 25주 임산부가 양수 유출로 병원에 내원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으나 75개 병원의 수용 거부로 신고 접수 6시간 만에 치료를 받았다.

광주에서는 지난 15일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광주 소재 의료기관 4곳에서 수용을 거부해 전주에 이송돼 접합수술을 받기도 했다.

경기도내 종합병원 곳곳에서도 추석 당일 고열을 앓는 소아 환자들의 진료가 지연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정부 입장과는 다른, 국민 체감도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체감은 달랐다.

"연휴 내내 아플까, 다칠까 걱정했다"는 글들이 커뮤니티 등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명절에 가족들끼리 모이는 시간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특히 아이들이 다칠까 이동 등도 줄였다"며 "혹시나 모를 사고라도 날까, 명절 내내 마음을 졸였다"고 하소연했다.

연휴기간 안양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센터와 수원 경기도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을 방문해 응급의료 대응 현장을 살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추석 명절 때 서로 아프지 말자고 덕담을 한다는 게 참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세계가 자랑하는 의료시스템을 한순간에 무너트린 것은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먼저 결자해지하는 마음으로 의료계와 진솔하게 대화에 임해 빨리 문제를 푸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성·이영지기자 mrkim@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김태성·이영지기자

mrkim@kyeongin.com

김태성·이영지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