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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8월 2일 고석봉군, 1997년 4월 20일 김하늘군, 1999년 2월 13일 송혜희양, 2005년 12월 27일 정창근씨…. 하루아침에 가족이 증발한 듯 사라진 그날 그 시간에 삶이 박제된 사람들이 있다. 가족의 사망을 마주했을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래도 시간이 한참 지나면 받아들이는 수용단계가 온다. 반면 실종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의 크기는 점점 커진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장기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는다.

의정부2동 서초등학교 앞에서 놀던 4살 하늘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부모는 생업을 포기하고 전단지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가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초등학교 입학통지서와 징병검사 통지서가 날아왔을 때, 해마다 명절과 생일이 돌아오면 억장이 무너졌다. 가정은 파탄 났고 몸과 마음의 병은 깊어만 갔다. 막차를 타고 귀가했다던 여고생 혜희 양은 평택 도일동 하리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것을 끝으로 행방이 묘연하다. 아버지 송길용씨는 1t 트럭에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과 사진을 붙이고 25년간 전국 곳곳 무인도까지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결국 딸을 만나지 못한 채 지난달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6월 말 현재 18세 이상 성인 미해결 장기 실종자는 6천809명. 실종 신고된 지 10년 넘은 장기 실종자가 3천628명, 53%나 된다. 치매환자 실종 신고 건수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만4천여건에 달한다. 아동 실종 접수 건수는 2년 연속 2만5천건, 1년 넘은 장기 실종아동은 1천336명이다. 이중 1천44명은 20년 넘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가족의 가슴에 한으로 응어리져 있다.

아동이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5초, 실종 아동을 발견해야 하는 골든타임은 3시간이다. 1만㎡ 이상 다중이용시설에서 실종 아동이 발생하면 10분간 출입구를 봉쇄하고 아동을 찾는 '코드아담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치매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GPS 배회감지기도 있지만 보급률은 고작 3%대다. 전국 실종수사팀 경찰도 780명 수준이다.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시민 모두가 제보자가 될 수 있다. 꺼져가는 세상의 관심에 실종자 가족은 절망한다. 거리에서 실종자 가족이 건네는 전단지를 거절하는 냉정한 태도부터 변화해야 한다.

/강희 논설위원